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옥상엔 꿀벌 12만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양봉장이 있다. KB금융그룹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한 꿀벌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만든 ‘케이-비(K-Bee)’ 도시 양봉장이다. KB금융은 도시양봉장을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수확한 꿀을 지역 내 저소득층 가정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그룹들이 양봉장과 농장 조성 등 꿀벌 생태계 복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다소 업무와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인류를 구하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이다. 덩달아 꿀벌 한 마리가 가져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여 효과가 크기 때문에, ESG 부문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꿀벌은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17개 항목 중 기아 종식·육상생태계 보전 등 15개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선 포르쉐나 롤스로이스 등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양봉 등 꿀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그룹 모델 김연아씨가 24일 메타버스 공간 ‘케이-비 존’에서 말벌을 잡고 나무를 심고 있다. /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은 최근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공간에 금융소비자가 나무를 심으면, 현실에서 참여자의 이름으로 강원 홍천군에 밀원수(꽃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나무)를 심어주는 ‘케이-비 존(Bee Zone)’을 열었다. 이는 도시양봉장과 더불어 KB금융이 사라진 꿀벌을 늘리기 위해 추진하는 ‘케이-비(K-Be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용자가 꿀벌의 천적인 말벌을 잡으면 묘목을 얻고, 이를 가상으로 심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꿀벌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꿀벌농장인 ‘하나 비 컴백(BEE, Come Back)’ 농장을 조성했다. 하나금융은 이곳을 지역 주민 대상 도시양봉 체험 교육, 가족 주말 체험 농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경남 양산시에 있는 사회혁신기업 ‘비컴프렌즈’와 함께 발달장애인 양봉가를 육성 및 고용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최근 이상기온 등으로 꿀벌 소멸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양봉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무이자 재해자금 20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자금은 피해가 큰 지역 25개 농·축협에 지원된다. 해당 농·축협은 이 자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으로 피해 조합원에게 4억원 규모의 꿀벌, 봉군, 양봉사료 등을 지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는 현상에 대해 ESG 경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E(환경) 분야는 평가에서 정량화하기도 쉽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국적으로 집단 폐사하고 있는 꿀벌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하나금융그룹 1호 꿀벌농장인 ‘하나 비 컴백(BEE, Come Back) 농장’ 조성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제공

수분을 담당하는 중요한 매개체인 꿀벌은 생태계 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하지만 지난 겨울부터 국내에서 꿀벌 약 78억 마리가 사라지는 등 전 세계적으로 군집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와 국제기구 등은 생태계에서 꿀벌이 사라질 경우, 인류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2015년 하버드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팀은 꿀벌이 없어지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식량난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연간 1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UN)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를 최대 740조로 추정했다.

정부 합동조사에선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꿀벌응애와 같은 해충, 과도한 살충제 사용, 말벌에 의한 피해, 그리고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