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폭락’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최소한의 규제만 존재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대규모 피해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업권법 제정 및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현재 국회에는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10건 넘게 계류 중이다. 가상자산 업권법을 새롭게 만드는 제정안과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등 기존 법안에 가상자산 규정을 넣는 개정안을 포함해 총 13건이다.

각 법안의 내용은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는 있으나, 가상자산 발행 시 금융위원회 심사를 받거나 해킹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 역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국정 과제 이행 계획서’를 통해 올해 안에 ‘디지털 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마련하고 이듬해엔 법까지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내용에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전통 금융과의 상생 및 경쟁력 강화 ▲국제규범 탄력적 수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만일 위와 같은 법안이나 규제가 실행됐을 경우, 최근 루나-테라 사태의 대규모 피해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라와 같이 알고리즘을 통해 운영되는 스테이블 코인(1코인 당 가치를 1달러로 고정한 코인)의 투자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고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상자산 업자에 대한 규제 체계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 대한 대응이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만일 디지털 자산기본법이 있었다면 해당 코인에 대해 금융 감독기관에서 심사를 했었을 것”이라며 “이후 투자자들에 경고를 한다거나 아니면 적격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하게 한다든지 여러 다양한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나 쇼크’ 외에도 사기업이 화폐를 발행하는 행위는 끊임없이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세기 이전, 미국에 한시적으로 중앙은행 법정 화폐가 없고, 주 단위의 은행들이 화폐를 발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이때도 특정 은행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스테이블 코인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예금자 보호가 있기 전까지 사기업이 화폐를 발행한다는 행위 자체가 끊임없이 뱅크런 사태를 유발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얻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규제 방향이 매우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논의를 보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은 예금자 보호를 받는 예금 수취 기관과 거의 동일하게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한국 역시 위와 비슷한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법 제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업계 스스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루나 사태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이 신뢰도를 잃어버린 만큼 이를 되찾기 위해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코스닥 시장에서는 벤처 및 정보통신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오랫동안 시장 신뢰성을 잃은 경험이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제대로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가상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뢰도를 회복하는 노력을 기울여 가상자산 업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