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내 7%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의 상승세와 연동되는 기준금리가 국내 물가 상승과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 전망에 최소 2.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인상은 곧 차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1년 6개월 만에 약 23조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로 정했다. 기존 0.25∼0.50%에서 무려 0.5%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5%대에 근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국내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세 차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의 전망대로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세 차례 단행한다면 올해 연말 기준금리는 2.25%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를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1.50%)에서도 6%대 중반에 달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2%대를 넘으면 대출금리의 상단이 7%대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이달 6일 기준 연 4.020∼6.590%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대금리 등을 통해 실제로 7%대 금리로 주담대를 받는 사람은 없겠지만 은행채 금리도 오르고 있고 기준금리도 추가적으로 상승한다면 주담대 최고 금리가 7%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의 상승은 곧 대출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4억원의 주담대(30년만기·원리금균등상환방식)를 4%의 금리로 빌렸을 경우 월 원리금은 191만원이지만 금리가 7%로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 266만원으로 75만원 늘어난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차주 1인당 연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과 4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이 앞으로 세 차례의 추가 인상을 단행한다고 가정하면 대출자 1인의 이자 부담은 1년6개월 사이 112만7000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한은이 발표한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1862조1000억원)과 변동금리 비중(76.1%) 수치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대출자들이 작년 8월 이후 올해 연말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23조3828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미국의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대출자의 이자상환부담은 41%나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