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열린 외국계 금융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감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우리은행의 횡령 사건 책임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17개 국내 은행의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는 60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해 금감원과 수사기관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정 원장은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시스템상 미비점이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며 “그동안 감독당국의 검사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대규모 횡령 사건 따라 다른 은행장들에게도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횡령 사건 발생에 따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에 대한 지적이 일자 전 은행권에 점검을 당부한 것이다.

정 원장은 “각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하시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원장과 은행장들은 은행권을 둘러싸고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 연준이 오는 5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이상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선진국 경기둔화, 신흥국 디폴트 위험 확대, 국내경제의 하방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정 원장은 “은행권도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대내외 충격에도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원장은 “위기 국면이라는 인식 하에 은행들이 잠재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고 자사주 매입·배당 등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대손충당금과 자본을 충분히 적립했는지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한, 은행의 외화 유동성 관리 능력과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취약부문 발견 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정 원장은 은행권에 가계·기업부채 관리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 시 상환 부담 급증으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잘 마련해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정 원장은 은행권에 과도한 예대마진 추구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그는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기 어려울 것이므로 은행권은 예대금리차가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금리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 달라”며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여 금융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에 대한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공시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