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손보험 시장이 외형의 성장에도 3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료를 15%가량 인상했지만 기존 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 악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보유계약은 작년 12월 말 기준 3550만 건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료 수익 역시 신규가입과 보험료 인상 등으로 11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10.4% 늘어났다.

이처럼 실손보험 시장의 규모가 커졌지만 수익성은 떨어졌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손익은 2조86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3600억 원 늘렸다. 보험손익은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 손해액과 실제 사업비를 빼서 산출한다.


실손보험 손익 추이/금감원

경과손해율도 상승했다. 경과손해율은 보험료 수익 대비 발생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손해보험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경과손해율은 113.1%으로 전년 1.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먼저 출시된 상품일수록 경과손해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1세대 경과손해율은 127.6%를 기록했고 2세대 상품(109.4%), 3세대 상품(107.5%) 순이었다. 4세대 상품은 출시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과손해율이 54.2%에 그쳤다.

이 같은 실손보험의 수익성 악화는 기존 1~3세대 상품 중심으로 자기부담 등 과잉의료 통제장치가 부족한 데 기인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비급여 부분에 대한 통제장치가 미흡한 점도 실손보험의 누수를 부추기고 있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의료기관이 가격, 진료량을 임의로 결정하고 시술자·시행방법 등의 세부기준이 부재해 과잉진료 유인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비급여 진료 항목의 비중을 보면 도수치료 보험금은 전체 비급여 보험금 중 12.8%로 가장 높았고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가 8.7%로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지급 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는 의원급의 경우 백내장 수술을 위한 조절성 인공수정체 진료가 전년대비 10.8%포인트 증가하며 가장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 악화에 따른 적자 폭이 심화되고 있다”며 “비급여 부분에 대한 통제장치도 미흡해 백내장 수술의 경우 올해 1~2월 기준 실손보험 전체 지급보험금 중 12.4%를 차지하며 실손보험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 전환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급여 보험금 통계를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하고 정례적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 등에 대해 관계 당국 등과 공유·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정당한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신속히 보험금 지급하도록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심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