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장 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제2금융권 금융 소비자들 가운데 카드론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싹트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론 금리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해도 다른 금융기관 신용대출 금리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섣불리 대출을 늘렸다가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기준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13.26%로 집계됐다. 이전 달 13.54%에 비하면 한 달 새 0.28%포인트(p)가 떨어졌다.
카드사 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는 지난 넉 달 사이 카드론 평균 금리가 2%p 넘게 떨어졌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 카드론 평균 금리가 넉 달 동안 역시 1%p 넘게 하락했다.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올해 들어 계속 하락세다. 1월 13.66%에서 2월에는 13.54%로 0.12%p 낮아졌고, 지난달 들어서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카드사 조달 금리는 오히려 이전보다 올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최저 1%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3년물 금리는 지난달 3.5%를 넘어섰다. 거의 3배 가까이 뛰었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지 않아 대출자금의 70~80%를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조달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줄면 카드론 자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여러 카드사가 조정 금리를 조절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주요 공략 대상과 시기별 목표치 같은 각 사 영업 전략에 따라 오르내리는 측면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정 금리란 우대 금리나 특판 금리 할인처럼 시기에 따라 카드사가 임의로 조절하는 금리를 말한다. 지난달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조정금리는 1.75%로 나타났다. 한 달 전(1.31%)보다 0.44%P 높고, 지난해 12월(0.58%)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올랐다.
그동안 카드론은 신용카드만 있으면 급한 상황에서 까다로운 조건 없이 누구나 손쉽게 빌릴 수 있어 생계형 자금으로 인기를 끌었다. 상환 기간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5년까지 설정할 수 있고, 중간에 대출금을 전부 갚아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는 장점도 돋보였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카드론은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중금리대출을 6253억원 공급했는데, 이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 평균 금리는 6%대였다. 케이뱅크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 평균 금리가 5.98%로 13%대인 카드론 평균 금리보다 훨씬 낮았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카드론 금리가 낮아진 틈을 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식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일부 금융 소비자들의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올해 들어 카드론 금리가 점차 낮아지는 이유는 신용 점수가 높은 우량차주에게 카드론을 상대적으로 많이 제공한 덕분이라는 뜻이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카드사가 우대 금리나 특판 금리 혜택을 주는 경우는 중·저신용자보다 신용점수가 800점을 넘는 우량차주인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일수록 카드사는 건전성 관리에 나서기 때문에 오히려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차주들은 이전보다 카드론 대출이 어려워지거나, 상환 조건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카드사가 더는 카드론 금리를 낮출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힘을 얻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2.25~2.5%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올해 안에 2~3차례 추가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카드사 조달 금리가 0.01%p 상승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84억원씩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이 계산 대로라면 전체 카드사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벌써 1조8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 4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카드사 당기순익 2조7000억원의 3분의 2 정도가 조달 금리 상승으로 사라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