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4개 삼성 금융 계열사가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모니모’를 14일 출시했다.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핀테크(금융 기술 서비스) 업계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금융계열사 ‘슈퍼 원앱(One-app)’ 출범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14일 삼성 금융사들의 통합 플랫폼 ‘모니모’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니모는 돈을 뜻하는 ‘머니(돈)’와 더한다는 뜻의 ‘모어(more)’를 합친 말로 ‘모이는 금융, 커지는 혜택’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모니모에선 각 계열사의 기능을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 기존에 삼성금융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계좌통합관리, 간편송금, 신용관리 등 종합금융 서비스와 전용 금융상품도 제공한다.
금융업계에선 모니모가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 삼성 금융사 고객을 더하면 약 3569만명에 달한다. 중복 가입자를 감안해도 삼성 내부적으로는 모니모의 잠재 사용자를 2300만명으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금융 앱 1위인 토스(2000만명), 1등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1800만명), 최대 금융 그룹인 KB금융(스타뱅킹 앱 기준 1700만명)보다 큰 규모다.
무엇보다 향후 1500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한 삼성페이와 연계하게 될 경우 간편결제 시장에서 시너지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해당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핀테크업계 입장에선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중 네이버·카카오 등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비중은 약 65%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대형 브랜드에서 만든 통합 앱이라는 자체로 기본적으로 유입되는 사용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도 초반과 달리 최근엔 대형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업을 많이 따라잡은 만큼 모니모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니모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삼성에 악재로 꼽았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삼성카드 등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아 마이데이터를 포함한 신규 사업 허가를 1년 동안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를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이용자를 앞세워 극복하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이다.
일각에서는 모니모를 통해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모니모가 제공하는 자산조회, 간편송금, 차 시세 및 보험료 조회 등 금융서비스는 이미 다른 통합 금융플랫폼에서도 제공 중인 서비스라는 이유에서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오늘 모니모를 설치해서 보니 기존에 시장을 주도하는 핀테크 앱을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삼성 금융사 서비스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점은 편리하지만, 증권의 경우 결국 따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깔아야 하는 등 한계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간 시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