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용카드 필수 혜택으로 꼽혔던 ‘통신비 할인’ 항목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전히 일부 카드사가 통신비를 청구 할인해주는 카드를 제공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혜택이 대폭 줄거나 연회비가 뛰었다. 반면 1인당 통신비는 2019년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이후 매년 오르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3일 신용카드 전문 사이트 카드고릴라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신용카드 이용자들은 ‘가장 많이 검색한 카드 혜택’ 1위로 통신 할인을 꼽았다. ‘통신’은 전체 검색 키워드 가운데 14%를 차지해 쇼핑(11%)이나 마트·편의점 및 주유(10%) 같은 굵직한 혜택을 앞질렀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주어지는 혜택 제공 순위는 6위에 그쳤다. 카드 이용자들이 원하는 만큼 카드사들이 충분한 통신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때 카드업계에서는 통신사와 제휴해 통신비 할인 카드 출시 열풍이 불었다. 주요 통신 3사와 손잡고 만든 신용카드는 전월 카드사용 실적·통신요금 자동이체 같은 간단한 조건만 충족하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 결제액을 최대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었다.

1인 이동통신 요금이 평균 3만6400원이던 2015년 말, 우리카드가 SK텔레콤과 제휴해 내놓은 ‘SKT라이트 할부 카드’를 한달에 100만원 이상 이용하면 2만3000원을 할인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9년 5G 시대가 열리면서 카드사에 통신비 할인 카드는 골치 아픈 적자상품으로 전락했다. 통신사 제휴 신용카드는 과거 통신비와 수수료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대부분이라 1인당 통신비(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늘어나면 할인율이 같아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국내 5G 가입자 추이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G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보통 월 6만9000~7만5000원 요금제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소비했다. 카드사로선 같은 10%를 할인해줘도 2015년 3640원이었던 비용 원가가 올해는 6900~7500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카드사들이 가맹점에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은 2015년 10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7000억원으로 25% 줄었다. 여기에 최근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자 카드사들은 수익성 점검 차원에서 소비자 혜택이 큰 카드를 경쟁적으로 줄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들이 지난해 제휴사에 지급한 수수료(7513억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6.5%나 감소했다.

2020년 금융당국이 마케팅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는 차원에서 내놓은 신용카드 수익성 가이드라인도 주요 통신비 할인 카드들이 사라지는 데 한몫을 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상품 출시 후 5년간 흑자를 내야 한다. 연회비를 넘는 과도한 부가 서비스 역시 제공할 수 없다. 이전처럼 과감한 마케팅 비용 투입을 통해 60%가 넘는 통신비를 깎아주는 혜택은 가이드라인 개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지금 카드사들이 보유한 통신비 할인 카드는 이전 카드와 명칭은 비슷해도 혜택이 쪼그라들거나 연회비가 늘어난 게 대부분”이라며 “지나친 경쟁을 막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카드를 없애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금융 소비자들이 받을 혜택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는 기존 통신사보다 통신비가 눈에 띄게 저렴한 알뜰폰 사업자와 손잡고 알뜰폰 전용 할인 카드를 만드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KB국민카드는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이용할 경우 통신비에서 최대 1만7000원을 깎아주는 리브엠(Liiv M) Ⅱ 카드를 선보였다. 삼성카드는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모든 알뜰폰 사업자 이용자를 상대로 최대 1만3000원을 할인해주는 ‘U+알뜰폰 파트너스 삼성카드’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