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연 5~7%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각종 자산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면서 따박따박 정해진 금리를 주는 적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5%가 넘는 고금리를 제공하는 제2금융권 적금 상품은 대부분 매달 넣을 수 있는 금액이 30만원 안팎에 그치고, 몇몇 조건들을 달성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갈 곳 잃은 자금을 굴리려면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BNK금융그룹 계열사인 BNK저축은행은 11일부터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머니모아 정기적금’ 판매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지난달 17일 출시하자마자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가입자가 몰렸다.

상품은 월 납입 한도가 20만원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평균 적금 금리(1.3~1.7%)보다 4배 이상 높은 7% 금리를 제공한다. 카드 가입이나 이용 실적 같은 까다로운 우대금리 제공 조건도 없다. 마케팅을 위한 정보 이용 동의만 하면 7% 금리를 준다. 20만원씩 꼬박꼬박 12개월을 넣으면 1년 뒤 원금 240만원에 세전 이자 9만1000원을 합쳐 247만7000원(세후 수령액)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BNK저축은행은 지난달 같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오전 9시부터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8000명에게 사전예약을 받기로 했다. 사전예약을 신청하면 문자(SMS)로 적금 가입 주소를 개별 통지한다. BNK저축은행 모바일뱅킹 이용자들은 사전 예약 이전에 어플리케이션(앱)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픽=이은현

한화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고 금리가 6%대인 고금리 적금 상품을 취급한다. 한화저축은행 ‘라이프플러스 정기적금’ 상품은 캐롯손해보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매달 10만원을 적금에 넣을 경우 6.3% 금리를 제공한다. 자동차 보험에 새로 가입하려는 수요층을 공략한 상품이라 월 불입금액이 20만원으로 오르면 금리가 3.85%로 대폭 줄어든다. 30만원은 3.25%, 40만원은 2.95%까지 낮아진다.

반면 애큐온저축은행 ‘애큐온다모아정기적금’은 복잡하게 우대요건을 신경 쓰기 싫은 소비자에 적합하다. 이 상품은 만기일까지 오픈뱅킹 서비스와 마케팅 동의를 유지하고, 두 달에 한 번 꼴로 오픈뱅킹 잔액모으기를 통해 적금에 잔액을 넣으면 6% 금리를 얹어준다.

웰컴저축은행은 신용평점이 낮은 금융소비자에게 오히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웰뱅 든든적금’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 상품에 가입하기 어려운 금융소비자가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설계했다. 월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12개월 만기 적금으로 신용점수가 350점 이하여야 6%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용점수 350점은 이전 신용등급 10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은 물론 카드 발급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들 저축은행 적금 상품은 가입한 저축은행 자산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족’들은 여러 저축은행에 계좌를 새로 열고 여러 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고금리 적금상품에 매달 불입한도까지 채워 넣고, 급여 이체나 각종 공과금 납부 같은 복잡한 우대 요건을 갖추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 연 5~7%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고 무턱대고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앞으로도 고금리 상품이 계속 쏟아질 가능성이 큰데,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전부 적금에 넣어 버리면 최소 12개월 동안은 더 좋은 조건으로 특판이 나왔을 때 가입하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제 막 자산 형성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은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적금에 가입할 때 더욱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적금 금리만 따져 가입하면 우대 금리 조건을 해지할 때까지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본인 금융거래 성향과 생활 패턴을 입체적으로 고려해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