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H농협·전북은행 등 시중은행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실명인증계좌 신규·재계약이 잇따르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의 거래소 지분 투자 소식도 전해졌다. 가상자산 업계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두 업권의 공생 관계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23일 NH농협은행과 실명인증계좌 발급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 맺은 계약에 따라 유효 기간 6개월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결정한 것인데, 이번에는 계약 단위를 1년으로 연장한 것이 특징이다.
실명인증계좌란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가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이른바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로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다. 거래소는 별도 시중은행과 협약을 맺는 형태로 실명 인증이 가능한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협약 은행을 구하지 못한 거래소는 코인끼리만 거래가 가능한 ‘코인마켓’ 운영만이 가능해 규모 확장에 한계가 있다.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은 빗썸·코인원 외에 업비트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손을 잡고 있다. 업비트와 코빗은 지난해 12월 1년 단위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달에는 고팍스가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계좌를 발급받았다. 이에 고팍스는 원화마켓 운영을 위한 사업자 변경 신고 접수를 완료했고, 현재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금법 시행 직후엔 일찍이 은행과 실명인증계좌 협약을 맺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4대 거래소 체제가 굳어지는 듯 했지만, 고팍스의 합류로 업계는 5대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은행과 암호화폐거래소 간 교류는 단순히 실명인증계좌 발급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인 형태로 금융그룹 차원에서 거래소 지분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지주 차원의 암호화폐·블록체인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은 코빗에 200억원가량을 투자해 지분 5.5%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한캐피탈이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2018년부터 코빗의 실명 계좌 발급을 담당하는 등 협력 관계가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신한금융은 코빗의 지분 35%를 보유해 3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특금법 제정부터 가상자산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래블룰’까지 시행되는 등 최근 거래소의 안정화를 위한 각종 조치가 시행되면서, 금융권의 시각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업무보고에 ‘가상자산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할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기 정부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 전에는 은행이 코인 거래소에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맺는 것조차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요즘은 확실히 부담감이 줄어든 분위기”라며 “다양한 형태로 금융권과 거래소 간 스킨십이 늘어난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