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배상책임의무보험이 마련되지 않아 화재나 폭발 사고 발생 시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주들은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 역시 전기차 충전소에도 주유소처럼 의무보험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총 112곳 정도다. 전체 충전기 수는 현재 약 10만4000여기로 지난 2017년(1만3676기) 비해 약 9만기 이상 늘었다. 전기차 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누적 전기차 수는 23만1443대로 전년(13만4962대) 대비 71.5% 늘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4.2배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 전기차 충전소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친환경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대를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는 113만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급속충전기는 1만2000기, 완속충전기는 50만기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어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연립·단독주택 등에도 충전기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전기차나 충전소의 수가 늘고 있지만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책임져주는 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소에서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책임지는 상품은 ‘영업배상책임보험’이 유일하다.
이 상품은 손님이나 타인한테 피해를 입혔을 때 손해배상이나 법률 비용 등을 보상한다. 다만 가입을 강제할 수 없어 주유소 충전소에서 들지 않으면 충전소 운영 사업자의 자력에 따라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주유소, LPG 충전소, 수소충전소 등은 관련 법규가 있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주유소의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안전의무보험을, LPG 충전소와 수소 충전소는 각각 ‘액화석유가스법’과 ‘고압가스법’ 적용을 받고 있다. 해당 세 법 모두 배상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따라 주유소의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면 인당 최대 1억5000만원을 보상해주고 있다. 물건에 한해서는 10억원까지 보상 금액이 올라간다. LPG 충전소와 수소 충전소의 경우는 모두 대인 대물 각각 최대 8000만원, 3억원을 보상해 주고 있다.
반면 전기차 충전소가 적용받는 ‘전기안전관리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주유소, LPG 충전소 등과 다르게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 단체는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수와 충전소 수가 늘어나며 관련 사고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자 이에 대한 대비를 세워둬야 한다는 얘기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전기차 인프라를 확대하는 추세에 맞춰 법령이나 제도, 규제 등을 손 봐야 한다”며 “충전소를 설치했지만,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없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 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유소와 같이 전기차 충전소에도 배상책임의무보험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