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이 실손 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을 강화하거나 과잉 진료로 의심되는 경우를 고소하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전에는 고소를 했어도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거나 민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쉬쉬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최근 보험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치솟는 손해율을 막기 위해 이러한 강경책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안과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조선DB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최근 실손보험 보장 기준 6개 청구 항목에 대해 심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심사 기준이 강화되는 항목은 MD크림 등 피부 보습제 ▲손발톱진균증(레이저 치료술) ▲유방질환(맘모톰 시술) ▲발달 지연 ▲선천성 모반 ▲전립선비대증(전립선결찰술) 등 6개다. DB손보는 앞으로 해당 6가지 항목에 대해 주치의 소견 확인, 의무 기록 요청 및 조사 시행 등을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다.

외에도 DB손보는 의료법 위반 여지가 있는 병원을 고소하는 등 과잉 진료 근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DB손해보험은 의료인이 아닌 직원을 통해 진료 상담, 검사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부산 소재 안과병원 11곳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이들 같은 경우, 상담실장 등으로 불리는 코디네이터를 통해 환자를 진찰하고 증상 검사를 진행한 후, 의사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역시 해당 병원들을 의료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신고한 바 있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높아지는 손해율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해 실손보험 환자를 병원에 알선하고 허위 진료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브로커 집단과 한방병원을 신고한 바 있다. 해당 병원은 실손보상이 되지 않는 보신용 약재(공진단)를 처방한 후, 상해로 치료받은 것처럼 진료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방법으로 병원 관계자와 브로커 조직은 약 16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KB손해보험도 올해 1월 진료비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 실손 의료비를 청구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KB손보 설명에 따르면 병원에서 수납업무를 담당하던 인력파견업체 직원이 임의로 영수증을 발급한 후 보험금을 타냈다. 추후 청구금액과 실제 수납 금액이 큰 차이를 보이자 이를 의심한 보건당국에 의해 덜미가 붙잡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신고 사실을 알리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전부터 보험 사기 관련해서 고소는 진행해왔으나, 대대적으로 밝히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였다는 설명이다.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 금융당국의 제재가 들어올 수 있고, 관련 민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보험사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실손 손해율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적극적인 조치는 일종의 ‘공포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 비슷한 의료 행위를 하는 다른 병원들에게 간접적으로 경고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손보사들은 고소 고발 외에도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시책이나 전담 부서 신설을 통해 손해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1세대 실손보험을 4세대로 단독 판매로 전환하면 보험료의 550%를 시책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어 장기인보험을 연계하게 되면 보험료의 750%를 설계사에게 시책으로 준다. DB손보는 지난 1월 ‘4세대 실손 전환 지원센터’를 개설하고 1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또한 실손보험을 단독 전환하는 경우에는 설계사에게 보험료 200%, 장기인보험 연계 시 300% 시책을 지급하기로 했다. 40대 성인 남자 기준 보험료가 1만원 초반대임과 오는 6월까지 보험료가 절반 할인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환 1건당 받게 되는 시책은 최대 4만원 정도다.

업계는 손보사들이 직접 손해율 개선에 나서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금융당국이 실손 4세대 전환 비율을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하기로 한 점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내년에 앞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한 관계자는 “내년 새 제도들이 시행되면 자본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손해율을 낮추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