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가 ‘하나은행 채용 비리’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곧이어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행정소송에서도 함 내정자의 승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간 그의 발목을 잡았던 법적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함 내정자의 회장 선임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11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및 회장 내정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함 내정자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함 내정자가 2015년 은행장 재직 당시 지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청탁을 받아 인사부에 지시해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의 일이다. 이 사건의 재판은 2018년 6월부터 이어져 왔는데, 약 4년 만에 결론이 났다.
함 내정자의 치명적 걸림돌이었던 법적 리스크 하나가 해소되면서, 오는 3월 말 예정된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그의 회장 선임안 통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이다. 다음 주 월요일인 오는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은 사안에 대해, 행정 소송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해당 소송 역시 함 내정자의 승소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DLF 판매 과정에서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고객의 피해를 낳았다는 이유로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재량권 일탈”이라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곧바로 금감원이 항소하긴 했으나, 같은 맥락으로 함 내정자도 일단 1심 승소가 유력해진 셈이다.
행정 소송에서 패소한다고 하더라도 회장 선임안은 예정대로 강행될 전망이다. 원칙대로라면 문책경고 같은 중징계는 3년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도록 해 임원 임명이 불가능하지만, 가처분 신청을 통해 중징계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까지는 취업 제한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측도 ‘후보자에 대한 이사회의 추천 사유’ 공시를 통해 “국내 최고수준의 법무법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결론은 아직 최종 확정 전으로서 후보에 대하여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금감원 징계와 관련해서는 가처분 신청에 따른 법원의 결정으로 그 징계의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므로 현 상황은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내 함 부회장 이외에 회장직 인물의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나 하나금융 주주 구성이 국내 이슈에 비교적 무감한 외국계가 과점(71.11%)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변 없이 선임안이 통과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8일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함 부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하나금융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함 내정자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 앞서서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판 과정에서 투명하게 증거를 많이 제출해 판사님이 잘 판단해주신 부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행정소송 재판 선고와 관련해) 성실히 입장 소명하고 결과를 떠나 소비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앞장서겠다”며 “(오늘) 재판 결과에 대해선 주주님들께 상세하게 보고 드리고 무난히 주주총회를 지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