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3년 주기로 이뤄지는 가맹점 수수료 조정에 들어선 가운데 동네마트 가운데 몸집이 큰 슈퍼마켓 단체가 수수료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특정 카드사 '결제 거부' 운동 같은 강도 높은 집단 행동에 나섰다.

28일 비교적 매출이 높은 동네 대형마트 모임인 한국마트협회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수료율(2.3%)을 통보한 신한카드를 상대로 법인카드와 주거래 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가맹점 해지를 포함한 '신한카드 거부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마트협회는 동네 대형마트 5800여곳을 회원사로 거느린 슈퍼마켓 연합체다.

앞서 지난 25일 마트협회는 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자료에서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한다는 통보가 카드사로부터 속속 도착하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올해 결제 수수료 인하 이후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부담을 대형마트 같은 일반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트협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478개 마트협회 회원사에 평균 2.28%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이전보다 평균 0.26%포인트(p) 높은 수치다. 반면 나머지 카드사들은 평균 2.08∼2.25%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인상폭은 0.02∼0.10%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날 회견에서 마트협회는 "어떤 상품이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 거래조건과 가격 협상은 필수적인데 유독 카드 수수료만 금융위원회의 의무수납제 하(下)에 놓여있다"며 "가맹점은 어떤 협상 여지도 없이 카드사가 정해 놓은 수수료율 족쇄에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회견에 참석한 한 마트협회 관계자는 "(카드사 수수료 관련) 공문에 적힌 번호로 연락하면 대표 전화번호로 연결돼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동네마트는 이익률이 평균 1.5% 수준"이라며 "카드 수수료로 2%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한국마트협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일반가맹점 카드수수료 일방인상통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말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즉 원가를 기반으로 한 적정 수수료 분석을 거쳐 연 매출 3억원 이하 '우대가맹점' 220만 곳에 대해 수수료를 종전 0.8∼1.6%(체크카드 0.5∼1.3%)에서 0.5∼1.5%(체크카드 0.25∼1.25%)로 낮췄다.

다만 연 매출이 30억원을 넘는 중대형 가맹점, 즉 '일반가맹점' 수수료는 각 카드사가 가맹점과 자율적으로 협상해 수수료를 정하게 했다.

일반 가맹점 중에서도 자동차·항공·통신·대형마트나 편의점 같은 초대형 가맹점들은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에서 결제액을 앞세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 2019년 수수료 재산정 당시 현대차는 신한·삼성·롯데카드 같은 카드사들과 수수료율로 갈등을 빚자 이들이 발급한 카드 결제를 거부하며 협상을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었다.

마트협회는 "이들과 달리 동네마트는 협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매번 수수료율 조정 시기마다 카드사로부터 일방적인 인상 통보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홍춘호 마트협회 이사는 "금융당국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일반가맹점에 어떤 구체적인 협상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사업자단체에 협상을 허용하는 방안 등 실질적 협상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신한카드는 "전체 마트 가맹점 가운데 열에 아홉은 연 매출 30억원이 되지 않는 영세·소규모 가맹점으로 분류돼 1.5% 이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수수료율이 오르는 가맹점 수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수수료가 오른 가맹점은 적격 비용을 반영해 인상 결정을 내린 곳으로, 이들 가맹점에 대해선 영업채널을 통해 개별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마트협회의 집단행동이 다른 업종에도 번질지 주목하고 있다. 각 카드사는 마트협회 뿐 아니라 2019년처럼 자동차·항공·통신 같은 초대형 가맹점과도 수수료율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매번 반복되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이 TF에는 마트협회 소속 가맹점을 포함해 소상공인단체도 포함됐다. TF는 오는 10월 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