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옛 P2P) 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모형(CSS)을 통해 일명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한 대학생의 경우 대외활동 등을 파악하거나 소상공인에겐 폐업 예측 모델을 적용하는 식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여러 온투업체들은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도입했거나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일명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사업 확장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는 대학생, 소상공인 등 특정한 대상에 맞춰 평가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데일리펀딩은 대학생과 같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금융 이력이 없어 이들의 신용 등급을 산출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데일리펀딩은 금융 이력 대신 학업 성적, 대내외 활동, 소득 활동 이력 등을 활용해 신청자의 상환 가능을 평가하고 있다.

데일리펀딩은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술 중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신청자의 지원서, 소셜네트워크(SNS)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방식이다. 또한 데이터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데일리펀딩 관계자는 “현재 4000명 이상의 대학생이 신청했다”며 “앞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신사업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펀다는 자영업자 특성을 반영한 자체 CSS를 개발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개인신용평가 모형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펀다 평가 모형의 핵심은 ‘소상공인의 매출 상황’과 ‘폐업 예측’으로 나뉜다. 매출 능력을 통해 상환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폐업 예측 시스템을 통해 혹시나 있을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8퍼센트의 경우 플랫폼 노동자(긱 워커·gig worker)에 맞춘 대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이 활발하며 관련 종사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을 겨냥한 자체 금융 서비스 ‘라스(LaaS·Lending-as-a-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개인신용 대출 상품을 위해 한개의 채권당 500여 개의 정보를 이용한 신용평가모형(E-Index)을 활용 중이다. AI(인공지능) 기술 중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역시 관련 모델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8퍼센트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 150만 건의 대출 신청을 심사하는 등 관련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에는 해당 시스템을 개량한 E-Index 3.0 적용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이은현

렌딧은 자체 개인신용평가모형 LSS(LENDIT Scoring System)를 활용 중이다. 설명에 따르면 LSS에 활용되는 데이터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금융 데이터다. 신용평가기관에서 제공하는 300여 가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비금융 데이터다. 대출 신청자의 직장 정보, 소득 정보, 그리고 신청사기방지시스템(FRIS)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는 렌딧 자체의 중금리 대출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머신러닝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1년 내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하면서 개인에 적합한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렌딧 관계자는 “소비 총액이 같더라도 월별 소비 금액은 다를 수 있다”며 “렌딧의 경우 해당 정보를 활용해 개인에 꼭 맞는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렌딧 역시 관련 모델을 발전시킬 방침이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끊임없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해 나가는 것은 렌딧의 핵심 과업 중 하나”라며 “올해 연말까지 전 직원의 60%가량을 개발 직군으로 충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피플펀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 기반한 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평가모델 고도화를 위해 CSS 모델링 및 AI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AI 연구소도 설립했다. 피플펀드 설명에 따르면 AI 머신러닝 기반 엔진을 통해 중저신용자들의 비식별 금융 및 대안 정보를 분석하고 이후 일정 특성을 산출해 대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피플펀드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에 관련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누적 대출 취급액은 1조3122억원에 이른다”며 “신용 대출 이용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제2금융권에서 넘어오는 상황을 감안해 시스템을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금융 데이터의 경우 아직 데이터나 수집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과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만큼 비금융 데이터가 쌓이진 않았다”며 “혹시나 있을 손실에 대비해 업계에서는 관련 시스템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금융 데이터의 한계점도 지적하고 있다.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하기엔 그 신뢰도가 낮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금융 데이터는 ‘참고’ 정도로만 이용하고 있다”며 “기존 신용평가모델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노력 중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