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신용자에게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대부업체마저 급전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자들은 마땅히 담보를 잡힐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을 신용대출로 빌렸다. 그러나 이제 대부업체조차 저신용자에게 부동산이나 차 같은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저신용자 대출 절벽이 더 뚜렷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의 사업을 하던 대부업체들은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내려가자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업 전체 대출 잔액 14조5141억원 가운데 담보대출은 7조5390억원으로 51.9%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은 6조9751억원으로 48.1%에 그쳤다.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업 담보대출 비중은 2018년 말 32.2%를 기점으로 2019년 말 44%, 2020년 말 49.3%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은 금융당국이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첫해다. 당시 일본계 대부업체를 포함한 대형 대부업체들은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잇따라 문을 닫거나, 저축은행을 사들여 체급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계에서 소액을 담보 없이 빌려주는 급전 신용대출은 해당 대부업체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판가름하는 ‘꽃 같은 지표’였다”며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어선다는 말은 대부업 영업 형태가 은행을 지향하기보다 전당포에 가까워지는 굉장히 기형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래픽=정다운

담보 제공 여력이 없는 저신용자들은 ‘3금융권’에 속하는 대부업계에서마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제도권을 벗어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3분기 내놓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심사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대출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불법 대출이나 대출사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사금융 업체가 차주들로부터 받는 평균 이자율은 연 50%에 이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업체 평균 이자율은 연 46.4%에 달했다. 이는 현재 법으로 규정한 금리 상한선 연 2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고 금리 인하 폭이 가파르다 보니 오히려 금융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며 “이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상환능력에 따라 적절한 대출 공급이 이뤄지는 쪽으로 짜임새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업계에서는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거나, 금융당국의 정책인 ‘대부업 프리미어리그’에 참여하는 식으로 살 길을 찾고 있다. 엠에스아이대부(MSI 대부)와 옐로우캐피탈대부는 전날 대출 중개·대출 관리 앱 알다와 손 잡고 대출 비교 서비스를 시작했다. 1·2금융권에서 대출 가(假)심사가 거절된 저신용자를 상대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의 대부 상품을 소개해주는 식이다.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는 마치 축구에서 상위권 구단들만 모아 따로 리그 경기를 치르듯, 금융당국이 양질의 대부업체 수십여곳을 선별해 규제 완화 같은 혜택을 주는 제도다. 우수 대부업체로 꼽히면 지금보다 더 낮은 조달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 지난해까지 대부업체들은 2금융권에서 5~6%대 금리로 자금을 끌어 썼는데,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공급 받으면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조달 금리는 4% 선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