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출시 예정인 ‘청년희망적금’ 상품을 통해 은행들의 2030 고객군을 포섭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해당 사업을 운영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이런 현상을 우려해 일찍이 ‘경쟁을 지양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음에도, 홍보전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을 출시하는 11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 현재 각 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상품 출시 전 가입 자격이 되는지를 조회해볼 수 있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청을 하면 2~3영업일 이내에 은행이 가입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식이다.

그래픽=이은현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몰리면서, 본격적인 상품 가입도 아닌 미리보기 서비스에서부터 지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신청자 폭주로 약속한 3영업일이 지나도록 결과 통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은행들은 “결과 안내가 지연되고 있다”며 안내 문자를 보내는 상황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청년희망적금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이런 인기는 턱없이 금리가 낮은 일반 예·적금 상품과의 대비 효과로 인한 자연스런 결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면도 있다. 은행들은 이번 적금 상품 출시를 2030 고객군을 대거 유입시킬 기회로 바라보고, 각종 우대금리와 경품 지급 등을 내걸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분위기다.

경품 뿌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신청 요건 미리보기·이벤트 응모·가입 완료 등 절차를 거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루이뷔통 카드 지갑 같은 명품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북PRO·LG전자 스탠바이미·애플워치 등 가전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추첨 여부와 상관없이 전원에게는 1만원 상당의 상품권도 지급된다.

우리은행은 최대 50만원 상당의 ‘청년 희망 지원금’과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신한은행은 선착순 1만명에게 역시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뿌리기로 했다.

첫 거래·자동 이체·급여 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거나, 최근 각 은행이 선보이고 나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나 자체 은행 인증서 가입과의 연동, 마케팅 동의 등에 응하면 우대금리를 얹어 주기도 한다. NH농협은행이나 신한은행의 경우 출시 일자에 임박해 이런 우대금리 조건을 원래 알려진 조건보다 확대하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이나 마이데이터 등 정부 주도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가 잇따를 때마다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럴 때마다 결국 이득을 보는 건 (커피 쿠폰을 쉽게 경품으로 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구독자 수 42만여명을 보유한 재테크 유튜버 '김짠부 재테크'에 올라 온 '청년희망적금' 소개 영상. 업로드 2일 만에 조회수 21만회를 기록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통해서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도 전에 2030의 관심도가 높은 모습이다. /유튜브 캡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금원에서 애초에 이런 부분을 우려해 미리보기 서비스 시작 이전에 ‘과다 홍보를 통한 경쟁을 지양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송부했던 거로 안다”며 “이런 조치라도 없었다면 지금보다 경쟁이 더 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열 양상이 다소 우려돼 보이긴 하지만, 이벤트 시행은 은행의 영역이라 금융당국 차원에서 별도로 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년희망적금은 매달 50만원 내로 2년간 저축하면 연 9% 이상의 금리 효과를 보는 적금 상품이다. 만 19세 이상~34세 이하(1987년 2월 21일까지 출생자) 청년이 일정 소득 요건(직전연도 기준 총급여 3600만원 이하)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연 5%의 금리를 주고, 만기를 채우면 정부가 예산으로 1년 차 2%, 2년 차 4% 등 저축장려금을 추가 지급하는 식이다. 여기에다 비과세 혜택도 있다. 매월 50만원을 2년간 적금(총 1200만원)으로 부으면, 총 98만5000원이 이자로 붙는 셈이다.

각 은행이 부가적으로 제시한 우대금리 조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면, 청년희망적금 가입 시 최고 금리가 가장 높은 은행(저축장려금 지급분 제외)은 연 6%(공통 기본금리 연 5%+우대금리 연 1%)인 국민·농협·신한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기업은행(연 5.9%), 하나·우리은행(연 5.7%), 대구·부산·제주은행(연 5.5%), 전북·광주은행(연 5.2%) 등이 이었다.

청년희망적금 미리보기 서비스 안내 문자의 모습. 일부 은행은 문의가 몰리면서 '결과 안내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왼쪽)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독자 제공

한편, 오는 21일 상품 가입이 시작되며 조기 소진이 없는 한 3월 31일까지 가입 가능하다. 상품 출시 첫 주인 오는 21~25일에는 가입 대상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5부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1991·1996·2001년생 21일 ▲1987·1992·2002년생 22일 ▲1988·1993·1998·2003년생 23일 ▲1989·1994·1999년생 24일 ▲1990·1995·2000년생 25일 등이다.

남자의 경우 병역 이행 기간을 고려해 만 34세가 넘어도 가입 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다. 정부 예산 456억원이 투입되는 만큼 소진되면 더는 가입이 불가능하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 경남은행과 SC제일은행은 다소 시차를 두고 각각 오는 28일과 6월에 이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11개 은행별 청년희망적금 금리와 우대 사항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금리 비교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