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 수요가 커진 와중에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요구하자, 지난해 말부터 카드사에 한도 상향을 요구하는 민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7개 전업 카드사 민원 건수는 140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바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22.6%가 증가했다.

7개 업체 중 5곳에서 민원이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해 증가폭이 가장 큰 회사는 우리카드였다. 전년보다 27.9% 상승한 110건을 보였다. 신한카드가 그 뒤를 이었는데, 23.0%포인트 늘어난 364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카드는 231건의 민원이 접수돼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삼성카드도 184건으로 11.5% 줄었다.

10만 명당 민원건수를 뜻하는 환산민원건수는 롯데카드가 가장 높은 2.12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민원건수 증가율이 높았지만 환산건수는 0.89%를 기록해 고객 비중 대비 민원건수는 제일 적었다.

그래픽=이은현

카드업계는 ‘4차 코로나 확산 국면 와중에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규제를 적용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한도 상향 요구를 카드사들이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자 관련 민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카드사에 대출잔액 증가율을 6% 이내로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 목표치를 준수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연말 자금 수요가 커진 이용자들의 한도 상향 관련 민원이 늘어났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작년 한해를 놓고보면 민원건수는 오히려 2020년보다 10% 정도 줄었다. 한해 기준으로 따지면 7개 카드사 지난해 민원건수는 4759건으로 전년 5299건보다 10.2% 줄었는데, 4분기 들어 유독 잦은 민원이 빗발쳤다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카드사를 통해 풀린 국민지원금과 상생소비지원금 관련해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했고, 하반기에는 머지포인트 관련 민원도 있었는데 연간 민원 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사들도 민원 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의미”라며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설명 의무가 강화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올해 대출 총량규제처럼 손 쓸 수 없는 이슈가 갑자기 터지면 사전 예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신금융협회 유형별 민원을 분석해보면 한도 상향, 카드 발급 등과 연관된 ‘제도정책’ 관련 민원은 올해 4분기 총 314건을 기록했다. 전체 민원 중에서 ‘기타’ 유형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이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6%를 기록했다.

오히려 카드사 발목을 잡은 것은 ‘고객상담’과 관련한 민원이었다. 고객상담 관련 민원은 총 188건을 기록해 두 번째로 많았다. 전년과 비교해 두 배 늘어난 기록이다.지난해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 카드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센터 상담사를 줄이면서, 소비자 대응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자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채권 186건, 영업 176건, 기타 545건의 민원이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한도 상향이나 코로나 관련 지원금 정책에 대해 카드사에 문의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늘었는데, 카드사가 전화 상담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기 시간이 늘어나 불편하다는 제보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금소법이 발효됐지만, 민법과 상법에 쓰는 어려운 법적 용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리볼빙 관련 약관이 너무 어렵다는 불만도 자주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