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점포 폐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우체국 지점을 대안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와 시중은행 간 업무제휴 방식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최종 협의안 도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국내 은행 점포 총 1507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점포는 ▲2016년 273곳 ▲2017년 420곳 ▲2018년 115곳 ▲2019년 135곳 ▲2020년 332곳 ▲2021년 1~10월 238곳이 폐쇄됐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은행 점포의 줄폐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우체국에 은행 창구 업무 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고, 지난달 26일에는 우정사업본부, 은행연합회, 4대 은행 담당자가 참여하는 ‘시중은행-우체국 업무제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첫번째 방식은 ‘우체국-은행 공동점포’ 형태다. 4대 은행에서 각각 직원 1~2명씩을 파견해, 우체국 점포에서 이들이 함께 금융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 대해선 현실성이 없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한데 모인 형태이기 때문에 내부 통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데다가, 고객 정보 노출 등 보안 문제나 시스템 통합 작업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 게 두번째 방식인 ‘우체국-은행 업무제휴’ 형태라고 한다. 은행원 파견이 아닌, 우체국이 아예 금융사로부터 업무를 위탁 취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부 방안을 놓고 주체 간 입장차가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체국은 전국 단위에서 시범 운영하길 원하는데, 시중은행은 점포가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 하는 방안을 주장했다”며 “게다가 업무제휴에 따른 수수료 산정 방식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등에 있어서도 서로 입장이 달랐다”고 했다.
4개 은행 공통이 아닌 ‘1개 은행-우체국’ 제휴 방식도 언급됐다. 전국적인 업무제휴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중은행이 있어서다. 각 은행의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우체국 지점에 모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된 거로 알려졌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은행권 공통의 대안 점포 설립 필요성에 대해선 수년째 강조되고 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은행권이 TF를 꾸려 공동 점포 운영 방안을 논의했는데, 은행 간 합의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기본적으로 경쟁사인 타행과 창구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이유로 공동 점포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공동 자동화기기(ATM)도 2020년 8월 경기 일부 지역에 시범으로 설치된 이후 더는 확대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다만 올해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조만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거란 기대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은행 점포 폐쇄에 대한 비난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직원 2명이 상주하는 출장소를 두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도 올해 초 전남 목포 지점을 폐쇄하고 인근에 통폐합할 계획이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출장소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 우체국은 현재 한국씨티·IBK기업·KDB산업·전북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우체국 창구를 통한 입출금과 잔액조회 서비스 등 기본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은 우체국 ATM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업무 제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