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토스 유스카드’가 든 우편물을 전달받고, 친구들과 함께 봉투를 뜯는다. 흰색 플라스틱 카드를 떼어낸 이 학생은 “내 명의로 된 카드야. 진짜 예쁘다”라고 말한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이런 짧은 영상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주인공은 대부분 앳된 아이들이다.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선불직불카드를 받아 포장을 벗기는 ‘언박싱(unboxing·상자 안에서 물건을 꺼낸다는 뜻)’ 콘텐츠를 올리는 게 유행이다. 청소년들이 나름의 경제적 자유를 얻었음을 과시하는 의미가 담긴 콘텐츠다. 금융 서비스를 소비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행들이 아예 20~30대를 넘어서 청소년용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른바 ‘틴즈 서비스’다. 예전보다 금융 서비스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연령대가 내려가면서, 이들에게 생애 첫 금융 서비스가 되겠다는 행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청소년 고객 전용 선불카드인 토스 유스카드를 선보였다. 발급 대상은 만 7~16세로, 이용 연령을 어린이 고객으로까지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카드 발급을 위해선 본인 명의 휴대폰이 필요하며 14세 미만의 경우 온라인으로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토스머니를 충전한 뒤 일 50만원, 월 2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전국 편의점·지하철 역사 교통카드 충전기·레일플러스 충전 제휴처에서는 교통카드 충전이 별도로 가능한데, 토스 측은 교통카드 충전금까지 토스머니로 일원화할 수 있도록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날짜별 입출금 내역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보여주는 ‘용돈 기입장’ 기능도 조만간 추가할 예정이다.
토스뿐만 아니라 은행권은 최근 10대를 겨냥한 전용 서비스 출시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기부터 익숙해진 금융사를 성인이 돼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처럼 10대를 상대로 단순히 체크카드만 발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전용 상품이나 앱 개발까지도 적극적”이라며 “무시할 수 없는 귀한 고객군”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뱅크(323410) ‘미니(mini)’다. 본인 명의 휴대폰이 있는 만 14~18세면 가입 가능하며, 본인 인증 후 고유번호를 받으면 은행 계좌 없이 입출금과 결제가 가능한 선불전자지급 수단이다. 플라스틱 카드도 발급돼 온·오프라인 결제가 모두 가능하다. 2020년 10월 출시돼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가입자 112만명을 넘어서는 등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카뱅 미니는 은행권의 ‘10대 고객 유치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국민은행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 특화한 ‘리브 넥스트(Liiv Next)’를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만 14~25세를 가입 대상으로 하며, 10대 고객의 자발적·독립적 금융 체험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역시나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인증하면 직접 개설 가능하다. 전용 선불전자지급 수단인 ‘리브포켓’이 제공돼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올해 KB증권의 주식거래 플랫폼 ‘마블 미니’와 협업해, Z세대를 위한 주식 투자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의 ‘신한 밈(Meme)’ ▲하나은행의 ‘아이부자’ 등도 10대 청소년층을 겨냥해 은행이 내놓은 전용 플랫폼이다. 밈 카드는 만 14~18세가 가입 가능하며, 결제 시 0.1~5%가량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혜택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부자는 가입 연령이 딱히 제한돼 있진 않은데, 부모와 자녀가 각자 휴대폰에 전용 앱을 설치해 용돈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