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연금 상품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 상품은 2007년 출시 이후 노년층의 은퇴 후 소득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갔는데, 전국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중도 해지자들도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느니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게 더 이득이라는 셈법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가계 대출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중도해지 건수는 전년 대비 40.6% 늘어난 4121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1527명이던 주택연금 중도해지자 수가 2020년 2931명, 2021년 412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누적 가입 건수는 전년보다 13.31% 늘어난 9만2011건이다. 이를 감안하면 주택연금 가입 증가 폭보다 중도해지 증가 폭이 더 크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 금액을 평생 연금처럼 수령하는 일종의 역모기지론으로, 국가 보증 상품이다. 부부 중 적어도 1명이 만 55세 이상,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인 주택이면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 출시 이후 매년 1만명 이상이 가입했으나,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연금을 중도 해지하는 가입자가 늘었다.
13개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3만876명)와 서울(2만6122명)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61.9%)을 차지했다. 그만큼 중도 해지도 많았다. 지난해 중도해지자 수는 경기(1617명), 서울 (1046명), 부산(349명), 인천(268명), 경상(176명) 순으로 많았다. 인천은 전년 중도 해지자 수보다 64.42%, 경기는 전년보다 59.78% 늘었고, 서울은 전년 대비 12.47% 늘었다.
정부가 지난 2020년 4월 가입 연령은 5세 낮추며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췄으나 중도 해지자 수는 되려 증가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이는 최근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평균 9.93% 올랐다. 2020년 전국 집값 상승률은 5.36%였다.
특히 주택연금 가입자별로 보유 주택 시세 상승 폭과 주택담보대출 현황 등에 따라 실수령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점이 가입자들의 셈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기준으로 만67세 김 모씨가 한국부동산원 시세 기준 4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평생 매달 돈을 받는 종신지급방식(정액형)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경우 월 수령액은 114만6360원으로 계산됐다. 초기 보증료는 630만원이다. 만약 초기 5년간 좀 더 많은 금액은 수령하는 증액형 종신 방식을 택하면 초기 5년간 146만2090원을 받다가 이후 102만3460원을 받게 된다.
만약 김씨가 주담대 상환을 위한 인출 금액(대출한도의 50% 초과 90% 이내)을 일시에 찾아 쓰고 나머지를 매월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대출상환방식(정액형)으로 가입했다면, 갚아야 할 빚이 많을수록 실수령액은 줄어든다. 주담대 상환액이 1억8000만원(인출한도 85% 설정)이라고 가정하면 월 지급금은 17만3380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집값이 올랐다고 주택연금을 해지하는 것이 꼭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이유로 매매를 통한 처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 보유세와 상속세 증가 추세도 감안해 주택연금 가입과 해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주택연금 가입 기준이나, 월지급금은 시세로 산정된다”면서 “연금 지급이 끝나고서도 그동안 지급된 연금 금액을 제외하고 집값의 나머지를 자녀 등 상속인들에게 돌려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오르면 돌려주는 금액이 커지고, 만약 집값이 내려 총연금 지급액보다 줄더라도 자녀 등 상속인들에게 부족한 금액을 청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도 해지를 하게 되면 3년이 지나야 재가입할 수 있고 초기 보증료로 집값의 1.5%를 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