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만명, 2735조원.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이용한 투자자 수와 거래대금 규모다. 가상자산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거래 규모는 날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그에 비해 이 시장을 규제하고 부흥시키기 위한 국내 업권법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 강연에서 “코인마켓(가상자산 시장)을 기존 자본시장 규제의 틀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은 현시점을 가리켜 “위기가 가장 큰 기회”라며 “앞으로 업권을 정돈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우선 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가격’ 중심으로만 이뤄져 온 현실을 꼬집었다. 이 대표는 “2017년 초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며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며 “그런데 2018년 초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발언을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뒤 지난해 다시 부흥할 때까지 약 3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커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이를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지난해 다시 비트코인이 부흥하자 이런 기세를 꺾은 것은 또다시 ‘말’이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언급하며 가상자산 투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대표는 “당시 은 전 위원장 발언으로 갑자기 업권법들이 무더기 발의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자본시장의 논리로 디지털 마켓을 규제하려는 법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인을 주식으로 보고 규제하거나, 금융위원회가 증권·금융을 규제하던 기준으로 이곳을 바라보게 되면 이 시장에선 살아남을 기업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그것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위기가 가장 큰 기회”라며 “가상자산 업권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부터 활발하게 논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분명히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주식 그리고 부동산까지도 결국은 코인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형 토큰 거래소들이 생긴다면 한국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산자산 거래 시장에 법인 고객이 참여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외 사례를 보면 골드만삭스·JP모건·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기관인 주류 플레이어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 신고를 수리하면서 더는 법인 고객을 못 받게 됐다”고 했다. 이어 “100% 개인들이 끌어가는 시장에선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기관이 들어와야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도모할 수 있을 텐데 제도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