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문을 걸어 잠갔던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업계가 대출을 재개하면서 다시 대출 문을 두드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연말 전전긍긍하던 수요자들의 대출 숨통은 다소 트였지만, 작년보다 뛴 금리와 팍팍해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탓에 수요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졌다.

5일 조선비즈가 핀테크기업 핀다에 의뢰해 1·2금융권 52개 기관의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 및 한도를 비교해봤다. 각각 1억원을 빌리려는 신용점수가 900점대인 고신용자와 700점대인 중저신용자가 전날 오후(4일) 신용대출을 신청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조건을 살펴본 것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과 한국씨티은행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우선 고신용자군에 속하는 7년차 직장인 A씨(KCB 신용점수 922점)의 사례다. A씨는 금융기관 52곳의 신용대출 중 가장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1금융권에 속하는 DGB대구은행의 ‘직장인 신용대출’이었다. 이날 제시된 연(年)이자율은 4.73%로 산출됐다. 다만 대출 한도는 7000만원으로, A씨가 필요한 1억원 대출은 불가했다.

그다음 나은 조건은 1금융권인 광주은행의 프라임 플러스론으로, 연 이자율 6.44%에 대출한도는 7000만원으로 승인됐다. 이날 A씨에게 1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신용대출 상품은 전북은행의 ‘JB위풍당당대출’로, 금리 7.23%에 7000만원을 대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고신용자가 2금융권을 통하면 대출 한도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A씨의 경우 DGB캐피탈의 ‘연계 직장인론’을 통해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데, 연 이자율이 10.2%이었다. KB캐피탈의 ‘내일로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8900만원을 빌릴 수 있는데, 앱 우대금리 혜택 1.4%를 적용받아도 연 이자율이 11.5%에 달했다.

그래픽=손민균

신용점수가 높은 편일지라도 작년보다 1금융권, 즉 시중 은행 대출로 필요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수월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 영향 탓이 크다.

앞서 신용대출 최대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줄어든 데다 올해부터는 총대출액 1억~2억원 초과 시 차주 단위 DSR이 적용돼, 연소득 대비 특정 비중 이상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장 이달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 이상일 경우, 오는 7월부터는 1억원 이상이면 각각 DSR 적용 대상이 된다. 실수요 피해를 줄이고자 결혼·장례·수술 등을 예외로 두긴 했다.

KCB 기준 신용점수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의 대출 여건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입사 1년차인 직장인 B씨(신용점수 722점)의 경우 A씨보다 대출이 쉽지 않았다.

이날 B씨가 가장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은 금리 4.73%로 산출된 DGB대구은행의 ‘IM직장인 간편신용대출’이었다. 하지만 승인 대출 한도는 3200만원에 그쳤다.

그 다음으로 낮은 금리는 동원제일저축은행의 ‘직장인햇살론’으로, 연 이자율 7.28%에 대출 한도는 700만원에 불과했다. B씨가 2금융권인 모아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최대 4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으나, 금리는 15.4%로 뛴다. 2금융권의 두 자릿수 금리를 보면 1금융권을 이용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볼 수 있다.

작년 연말 은행들의 대출 영업 중단으로 1금융권을 통한 자금줄이 막힌 수요자들이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연초 수요자들의 대출 숨통은 다소 트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중·저신용자들이 지방은행 등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더 높은 금리의 2금융권 대출을 이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대출을 재개하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대출 시장의 불안 요소는 곳곳에 남아있다. 올해가 ‘대출 혼돈의 시대’가 될 것이란 말도 나왔다. 이에 따라 차주들은 적극적으로 대환 가능성을 확인해보며,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춰보려고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 영향을 주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르면 오는 3월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오는 7월부터는 한층 강화한 DSR 규제로 대출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불안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실제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대출을 서두르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박 모(41)씨는 “서울 지역 내 오피스텔 매수를 고려 중인데 대출이 걱정”이라면서 “올해도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 한도가 많이 줄어드는 상황이 될 것 같아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핀다 관계자는 “올해는 대출 수요자들이 대환 가능성을 확인해보며 금리를 낮춰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기존 대출과 비교해 낮은 금리로 전환하거나 우대금리, 대출 기간, 분할 상환 방식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한편, 5대 은행의 이날 기준 주요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을 살펴보면, 거래실적이 충족되면 감산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받을 경우 최저 연이율은 3%대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S’의 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 기본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는 최저 4.49%~ 최고 5.42%다. 이 상품의 우대금리는 최대 0.9%포인트(p)다. 이를 적용하면 최저 금리는 3.59%가 된다. KB국민은행의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의 한도는 최대 3억원 이내로, 우대 금리(최대 1%p)를 적용한 최저금리는 3.71%(금융채 6개월)이다. 단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대출 최대한도는 5000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으로, 연이율은 4.05%~4.23%다. 우대금리는 최대 연 0.9%p로, 최저 이자율은 3.15%(코리보 3개월)이다. 농협은행의 ‘NH튼튼직장인대출’의 대출한도는 1억원으로 기본금리는 최저 3.38%~ 최고 5.12%다. 우대금리는 최대 0.1%p로, 이를 적용하면 이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3.28%(신잔액기준COFIX 6개월)다.

하나은행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프리미엄직장인론’의 최대한도는 1억5000만원으로, 기본금리는 5.2%~5.555%다. 우대금리는 급여이체 등 거래실적 종류에 따라 최대 0.9%를 적용받을 수 있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저금리는 4.3%다. 이 상품의 경우 자녀가 셋 이상이면 추가로 감산해주는 우대금리 조건이 있다. 3자녀의 경우 0.1%p, 4자녀의 경우 0.2%p를 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