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국내 소매금융 부문을 철수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기존 고객 보호 계획안 확정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로써 여·수신과 신용카드 관련 대고객 메시지는 내년 초·중순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 계획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금융위 정례회의는 한 달에 두 차례, 격주로 수요일마다 열리기 때문에 이번 정례회의가 올해의 마지막 회의였다.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금융위 관계자는 "씨티은행 소비자 보호 계획안은 내년 초 상정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고객들에 대한 안내도 내년 1월 중에나 공지될 예정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씨티은행과의 조율을 거쳐 연내 최종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계획보다 늦춰지게 됐다. 쉽사리 매듭짓지 못하는 데에는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 등의 연장 논의와 '혜자카드'로 입소문난 씨티은행 신용카드에 막차 수요가 몰리는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최대 쟁점은 1년 만기 신용대출 연장 시기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신용대출 관련이다. 만기가 10~30년 정도로 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문제 될 것이 없지만, 1년 만기인 신용대출의 경우 차주들이 매월 이자만 갚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추가 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당장 상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나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연봉의 2배까지 후한 한도를 내주기로 유명했던 터라, 같은 조건으로 일반 시중은행으로 갈아타기(대환대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조정해둔 금융당국의 방침과도 부딪힌다.

금융당국과 씨티은행은 현재 신용대출 만기 연장을 몇회까지 허용하는 것이 적절할지, 혹은 장기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나은지 등에 대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비교적 논란의 여지가 적은 신용카드 사업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철수 방향을 매듭지은 분위기다. 신용카드의 경우 유효기간 전까지는 기존 서비스가 유지되지만, 신규 카드 발급은 내년 1월부터 중단하고 갱신 신청도 유효기간이 내년 9월까지인 고객의 경우에 한해 내년 3월까지 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앞서 씨티은행은 카카오뱅크 등 제휴사들과의 계약을 종료하며 제휴 카드 발급부터 중단했었다.

다만 최근 씨티카드 막차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은 의외의 복병으로 꼽힌다. 씨티카드의 경우 신세계나 항공사 마일리지 혜택이 쏠쏠해 인기를 끌었다. 아직 발급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규 발급이 막히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는 분위기가 신용카드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지금 씨티카드를 발급받는다고 하더라도 유효기간 5년까지는 동일한 혜택이 보장되고, 쌓아둔 포인트나 마일리지는 해지된 이후에도 한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씨티카드 상품의 모습. /씨티카드 홈페이지 캡처

◇ "VIP 모셔라"… 씨티은행 고객 쟁탈전 돌입

상품별 철수 방안이 점점 가시화하면서 씨티은행 기존 고객들이 만기 도래 시 금융 계획을 세우는 등 속속 채비에 나서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도 벌써 씨티은행을 이탈할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물밑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씨티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0억원대 이상 고액자산가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은행·증권사들은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씨티은행의 스타급 프라이빗뱅커(PB)를 모셔오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통상 고객들은 PB를 따라 계좌를 동반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은행 소속 PB들도 당행 고객들의 씨티은행 계좌 파악 여부에 주력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고객은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함께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액자산가 등과 상담할 때 씨티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으로 확인될 경우, 상담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식의 접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일반 고객의 수신 잔고를 끌어오기 위한 전용 혜택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씨티은행 고객이 자사 오픈뱅킹을 등록할 시 예금상품 금리를 우대하기로 했다. 대상 상품은 '하나은행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으로 ▲1년 예치 기준 연 2.0% ▲6개월 연 1.7% ▲3개월 연 1.5%의 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