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21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버 ‘재테크하는 아내, 구채희’의 채널에는 지난 22일 ‘월급쟁이 시절, 대출 이자 이렇게 줄였습니다(ft.금리인하요구권)’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7000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상승 등의 변화가 생겼을 때 자신이 받은 대출의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설명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다름 아닌 금융위원회가 홍보 예산을 지원해 만들어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이번 주(12월 20일~12월 24일)를 ‘금리인하요구권 홍보 주간’으로 지정하면서 금융권의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예산을 들여 구독자 20만명의 유튜버와 콜라보 하면서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유튜브 ‘재테크하는 아내, 구채희’ 채널에 올라온 금리인하요구권 홍보 영상. 이 영상은 금융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유튜브 캡처

젊은 세대가 소소한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는 리워드 애플리케이션(앱) 캐시워크·캐시슬라이드 등에도 관련 광고가 실렸다. 금융위는 조만간 지하철 스크린도어나 버스 광고판 등에도 홍보물을 게재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도 은행연합회의 홍보 강화 지침에 따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사 홈페이지나 앱 첫 화면에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라는 공지사항을 띄우거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안내 화면을 송출하는 식이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통한 안내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은행별로 운용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예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신용점수가 상승한 고객들을 추려 수시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보라는 안내문을 발송하는 적극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리 변동 시나 이자 납부일에, NH농협은행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상품 보유 고객에게 신규 대출 실행 이후 5개월마다 문자 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연간 정기 알림과 단순히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안내문을 올리는 등 소극적인 안내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된 차주들의 평균 금리인하폭이 가계대출의 경우 0.38%포인트(P), 기업대출의 경우 0.52%P 수준이라고 한다.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띄워진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화면. /박소정 기자

최근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금융당국은 연이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위가 관련 제도 개선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지난달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대출금리 점검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존 은행·보험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에 더해,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업권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금리인하 요구권을 쓸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은행마다 금리 인하 수용 기준이 제각각이고 받아들여지더라도 급격한 인하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국민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수용 건수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4개 금융업권에서의 신청 건수는 91만1000억건 정도였는데, 10명 중 4명 만이 실제 인하 혜택을 받았다.

그래픽=이은현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이후 ▲취업·승진이나 직위 변동 ▲소득·재산 증가 ▲의사·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취득 ▲신용등급 상승 등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실행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을 때 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뱅킹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햇살론 같은 정책자금대출이나 예적금담보·보험계약대출 등은 미리 정해진 금리 기준에 따라 취급되는 상품이라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내년 1~2분기 중 추가적인 제도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공통 신청 요건과 불수용 사유 등을 포함한 통지 서식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인 한편, 규정 개정 등의 과정을 거쳐 전금융업권이 관련 실적을 공시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