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이 고신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문직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비공개 마이너스통장 설명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아예 설명회가 사라지거나, 실시하더라도 예년보다 한도가 대폭 줄어든 모습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 강남역금융센터는 매년 신입 변리사 합격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마이너스통장 설명회를 올해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은행 지점 관계자는 “올해 본점으로부터 변리사 합격자 대상 대출 관련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내년 2분기에 다시 문의를 달라”고 안내했다. 단 이 관계자는 내년에도 실행이 가능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매년 11월쯤 변리사 합격자들이 발표된 직후 공격적으로 마이너스통장 유치에 나섰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농협은행은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금융 설명회를 열고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안내했다. 대출 기간은 1년6개월, 최대한도는 8000만원으로 지점장 전결 우대 금리가 부여돼 최저 연 2% 초반대의 낮은 금리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설명회를 예년처럼 진행하는 곳도 있으나, 한도는 대폭 쪼그라든 모습이다. 하나은행 트윈타워지점 등은 지난 8월 말 공인회계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전문직 클럽 대출을 안내했는데, 마이너스통장의 최대 대출한도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만 해도 최대한도가 8000만원이었는데 줄어든 것이다.
소규모 인원만을 모아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통상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1·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교 주변의 은행 지점에서 나와 대대적인 금융 설명회를 실시했다. 한 치의학전문대 학생은 “올해는 설명회 참가 인원을 소규모로 제한해서 하거나,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대출 상담을 문의하라고 안내하는 방식이었다”며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모아 진행했던 예년과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년 초에도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처럼 은행들이 전문직 시험 합격자를 공격적으로 유치하던 관행은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높은 소득이 보장된 우량 차주를 조기에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했다”면서도 “현재는 본점 차원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는 등 그런 영업 방식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취급 실적을 더는 중요한 성과 지표로 여기지 않게 된 분위기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선 최근 은행원의 승진과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가계대출 실적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조정 작업을 실시했다. 실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유인을 낮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