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고, 이 자리를 전기차가 대신하는 가운데, 카드사들도 이에 맞춰 기존 차량 관련 혜택을 전기차 위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전기차 소유주들이 눈에 띄게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1일 새로 선보인 전략 상품 '바스킷' 카드에 전기차 충전 시 현금성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혜택을 넣었다. 일반적인 전기차(EV) 충전기는 물론, 테슬라용 고속 충전기 '슈퍼차저'를 사용해도 2%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우리카드는 지난 9월 롯데렌탈과 내놓은 롯데렌터카 PLCC와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가 직접 만든 '카드의 정석' 시리즈에도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를 충전할 경우 이용금액을 최대 50%까지 할인 혹은 적립해주는 혜택을 넣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 역시 '마이카(MY CAR)', 'EV 체크', '혼디모앙' 카드 이용자에 한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월 5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할인·적립을 해준다. 그 밖에도 KB국민카드의 'EVO 티타늄 카드', 현대카드의 현대 EV카드처럼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전기차 충전에 적합한 카드들이 줄지어 나오는 추세다.
이여정 금융개발원 연구위원은 "주유 할인 서비스는 항공 마일리지 적립과 함께 카드사가 상당한 제휴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고소득자나 핵심 소비층을 사로잡기 위해 제공했던 대표적인 혜택"이라며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카드 결제 금액이 큰 금융 소비자층 가운데 주유 할인 대신 전기차 충전 혜택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인구는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 속에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말 5만6000대였던 전국 전기차 대수는 2년 9개월 만에 20만2000대로 3.6배 증가했다. 정부가 탄소 중립 정책을 펴고 있고, 자동차 제조사들도 친환경 전기차 모델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 앞으로도 전기차 인구는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전기차 이용자들은 일반 차량 운전자보다 젊고 부유한 편이다. 신한카드 데이터비즈팀이 '테슬라족(族)'으로 추정되는 전기차 이용 금융 소비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한 일반 차량 소유 금융 소비자 2000명과 비교해보니, 30~40대 비중이 74.3%로 일반 차량 소유주(53.6%)보다 20%포인트(P) 이상 높았다.
연소득도 '5000만원 이상~7000만원 미만'이 28.2%로 일반 차량 운전자(17.1%)보다 10% 포인트 넘게 많았다. 이들은 얼리어답터(신제품을 일찍 사용하는 그룹) 성향도 보였다. 유행이나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금융 소비자층이 절실한 카드사로선 포기할 수 없는 이용자층이다.
이수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은 앞으로 충전이나 주유, 드라이빙 스루 주문이나 주차 후 결제처럼 차 안에서 간편하게 결제하는 모빌리티 결제를 일반화하는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얼라이언스(연합)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보일만큼 의욕적"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에 부합하는 것도 카드사로선 상당한 장점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분기별 경영 실적을 발표할 때도 탄소배출이나 기후변화 같은 친환경 관련 사안을 따로 보고해야 할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커졌기 때문에 상품 개발 차원에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