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출범한 3번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보름 만에 17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기존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카드사는 이미 토스뱅크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과 중금리대출 시장을 놓고 카드론 상품을 내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토스뱅크가 주력 상품인 체크카드를 앞세워 카드사 본업인 카드 결제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14일부터 사전신청 이용자를 포함한 170만여명을 상대로 전월 실적 조건이나 연회비 없는 체크카드 상품, 연 2% 금리 토스뱅크 통장 같은 주력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뱅크가 내세운 체크카드는 국내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대중교통, 택시 요금 등 각 영역에서 매일 300원씩 최대 1500원까지 캐시백(현금 환급)을 해준다. 모든 혜택을 챙기면 매달 최대 4만6500원을 챙길 수 있다. 산술적으로 연간 기준 55만8000원까지 현금으로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모든 은행 ATM기에서 입·출금을 하거나 이체를 할 경우, 수수료 역시 횟수 제한 없이 면제된다.
이와 별도로 해외에서 카드를 결제하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액 3%를 바로 환급해준다. 이 때문에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구(직접구입)를 자주 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커뮤니티에서 토스카드는 소위 ‘체리피킹(cherrypicking·입맛에 맞는 혜택만 챙긴다는 뜻)’용 카드로 출시 이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전업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 연회비를 물리지 않는 대신, 이렇다 할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 카드고릴라가 선정한 지난해 인기체크카드 리스트를 보면 현금 적립형 체크카드들은 0.2%에서 영역별로 많게는 1% 정도를 적립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크카드로 매달 200만원씩 사용해도 매달 2만원을 챙기기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비하면 토스뱅크의 환급률은 2배 이상 높은 편이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 공제 혜택을 내세워 체크카드 이용률을 늘려보려 했지만, 카드사 마케팅 비용 단속 강도가 세지면서 이용자를 유인할만한 알짜 혜택을 주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체크카드는 주로 청소년들이나 소득이 적은 젊은 층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카카오뱅크 미니 같은 간편결제 수단으로 넘어가 버려 지금은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후 토스뱅크 체크카드가 업계에 다시 불을 지피기 전까지 주요 카드사들이 주도하던 국내 체크카드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움츠러들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가 올해 2분기(4~6월) 발급한 체크카드는 총 6403만2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58만3000장)보다 255만1000장 줄었다. 지난 2017년 2분기(6791만4000장)와 비교하면 388만2000장 줄어든 수치다. 2017~2020년까지 3년 동안 줄어든 발급 건수보다 최근 1년 사이 감소세가 더 가파르다. 올해 1분기 체크카드 이용액 역시 41조6067억원에 그쳐, 직전 분기 대비 이용 금액이 약 5%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스뱅크가 첫 출범에 맞춘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사그라지던 체크카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 카드업계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토스가 증권과 은행, 간편송금을 모두 아우르는 ‘원(one) 플랫폼’ 전략을 내세우는 만큼, 이전에 토스 어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상당수가 무난하게 토스은행으로 흡수될 것”이라며 “토스 플랫폼 평가 척도로 활용되는 월간 순방문자(MAU)가 12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토스뱅크 이용자(166만여명)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카드업계는 토스뱅크가 체크카드를 앞세워 출범했지만, 본격적으로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이미 포화상태인 신용카드 결제 시장을 두고 소비자 이탈을 감내해야 한다는 위기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달 초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용판매와 카드에서 파생되는 여신상품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편익을 제공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신용카드 사업 라이선스 취득과 관련해 정부와 초기 단계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카드학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항상 카드 결제망과 관련한 결제 기반 시설 문제나 ATM 이용 수수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며 “앞선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탈(脫) 공인인증서’를 경쟁 우위 요소로 앞세워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토스뱅크가 기존 카드사들의 사업 영역을 빼앗으려면 장기적으로 선구매후지불(Buy Now Pay Later·BNPL)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