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눈에 띄게 부진했던 카드사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가 올해 1분기 이후 빠르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면서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다 써야 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아직 당국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현금서비스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카드사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4조5614억원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이 올해 1월 4조14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12%가 늘어난 셈이다.
이용자 수 역시 급증했다. 1월 434만여건이었던 현금서비스 이용 건수는 올해 6월 490만여건으로 13% 증가했다. 2019년 한때 700만건을 넘었던 현금서비스 이용 건수는 카드론 시장에 불이 붙기 시작하며 지난해 1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1년 만인 올해 1월까지 40% 넘게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다시 급증해 3월에는 538만건으로 2020년 수준을 되찾았다. 금융당국이 카드론 조이기 조짐을 보인 6월 이후부터는 매달 500만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 현금서비스는 한때 ‘급전’의 대명사였지만, 카드론과 금리 경쟁에서 밀리며 최근 몇년간 대출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현금서비스는 단기카드대출이라는 이름처럼 다음 달 결제일에 빌린 대출 원금을 상환한다. 반면 카드론은 장기카드대출로 상환기간이 평균 1~2년, 최장 3년으로 현금서비스보다 상환기간이 길다.
카드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매달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카드론에 비해 현금서비스는 이자를 한 번만 받을 수 있어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 자연히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구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카드사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연 17.78~19.08%로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가깝다. 반면 카드론은 이보다 낮은 12.68~13.60%를 적용한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현금서비스 상품을 쓰는 금융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결국 카드사 연체율 관리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우량 금융 소비자가 많은 카드론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용 금액과 이용자가 동시에 늘어나자 카드사들은 다시 현금서비스 자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8개 전업카드사 현금서비스 자산은 5조4736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9%(2555억원) 불어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카드사들이 꾸준히 카드론 금리를 올리고 있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사이 금리 격차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카드론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분위기가 작용하면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업카드사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최고 15.55%를 기록했다. 이미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워 오를 여지가 적은 현금서비스 금리가 주춤하는 반면, 카드론 금리는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조만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고, 한국은행도 다음 달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카드론 금리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계부채에서 신용카드사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 총량은 관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현금서비스는 다음 달에 바로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출 총량 관리가 카드론보다 훨씬 편해, 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치에 맞추기도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