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출범하는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베일을 벗었다. 낮은 대출금리와 후한 한도, 높은 예금금리 등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금융상품 구성을 단순화해 직관성을 높인 것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낮은 예·적금 금리, 대출절벽 상황에 놓인 소비자들은 이런 토스뱅크의 파격 조건에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토스뱅크 역시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데다가, 이런 파격 조건이 오래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다지 위기감을 보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예금통장, 체크카드에 이어 최근 대출상품의 라인업과 조건을 공개했다. 토스뱅크의 주력 혜택은 ①연 2%대·최대 2억7000만원 한도의 신용대출 ②기간·금액 상관없는 연 2% 수시입출금식 통장 ③한달 4만6500원의 캐시백 체크카드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 대출 한도 역대급·금리 저렴… 돈 넣으면 무조건 年 2%

토스뱅크의 여신(대출) 상품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비상금대출 세 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 공개된 조건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신용대출은 최대 한도가 2억7000만원까지이고, 이날 기준 연 2.76~15%의 금리가 책정됐다. 마이너스통장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이자는 연 3.26~11.45% 수준이다. 소액 마이너스통장 형태인 비상금대출은 50만~300만원을 연 3.54~14.9% 금리로 빌릴 수 있다. 만기 전 대출금을 갚을 경우 물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수신상품은 예·적금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수시 입출금통장으로만 구성했다. 예치 금액과 기간에 상관 없이 무조건 연 2%의 이자를 주겠다는 조건이 특징이다. 토스뱅크는 일찍 통장을 개설해 돈을 예치할 수 있는 사전신청자를 지난 10일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2주 만에 85만명이 몰렸다. 토스 관계자는 “사전신청자는 정식 출범 전에 통장을 먼저 개설해 예치한 금액에 대해 먼저 이자를 받는다는 이점이 있다”며 “정식 출범 후 통장을 개설하는 고객도 같은 2%의 금리를 적용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예치 목적에 따라 통장의 공간을 최대 30개로 나눠 돈을 관리할 수 있는 토스뱅크모으기 통장도 특징적이다.

하나카드와 협업해 내놓은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월 최대 4만6500원을 되돌려 준다는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커피 ▲편의점 ▲패스트푸드 ▲택시 ▲대중교통 5개 부문에서 소비하면 매일 각각 300원씩 캐시백 가능하게끔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시중은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여타 상품의 실적·가입과 연계하는 조건형 상품이 아니다. 다만 이런 혜택 내용은 내년 1월 2일까지만 적용되고, 이후에는 다른 구성으로 혜택이 적용된다.

이런 라인업이 공개되자, 대중들 사이에선 일단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1% 안팎에 불과하고, 같은 수시입출금식 통장의 경우에도 연 0% 초반대에 불과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보기드문 이율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보다도 높은 금리다. 직장인 박모(28)씨는 “통장 개설하자마자 가지고 있는 자금을 모두 끌어모아서 토스뱅크 계좌에 몰아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도 통장 개설 직후 억대의 자금을 토스뱅크 통장에 즉시 예치하겠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스뱅크의 대출 창구가 열릴 날만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NH농협·하나·KB국민은행 등이 줄줄이 대출문을 걸어잠그는 모습이다. 최대 한도도 대부분 연소득 이내로 제한됐고, 금리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스뱅크의 경우 막 출범했다는 점과 중금리대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한동안 당국의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후한 대출을 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은행권 “무리한 조건 지속 어려울 것… 고객 이탈 위기감도 적어”

일각에선 토스뱅크의 파격적인 조건이 시중은행들에 위기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 2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했을 당시에도 토스뱅크와 유사하게 가격적인 면에서 후한 조건들을 시장에 선보였는데, 당시 예상치 못한 카뱅 돌풍에 놀란 시중은행들은 연이어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금리·수수료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권에선 토스뱅크의 2%대 통장 출현이 전체적인 수신금리 인상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융당국의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중) 규제 완화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리면, 은행들은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高)유동성 자산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이렇게 되면 더 높은 금리의 토스뱅크로의 수신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금리 인상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게시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하지만 토스뱅크의 대출 조건의 경우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짙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저 금리가 연 2%대 후반이란 거지, 금리는 소비자별 신용등급에 따라 연 15%까지도 달리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토스뱅크가 연말까지 34.9%대의 중저신용자 비율 계획을 내놓은 것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실행된 대부분의 대출은 중저신용자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거로 보인다”라고 했다.

대출을 마냥 공격적으로 취급할 수 없는 분위기도 이런 시각에 한 몫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최대 한도 2억7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내걸었다지만, 은행들이 주택대출까지 틀어막고 있는 마당에 당국에서 이를 그대로 용인해줄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결국 토스뱅크의 한도도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어느 정도 발맞춰 결국엔 연소득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오히려 토스뱅크의 출범으로 대출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은 다행인 마음이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토스뱅크가 얼마큼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에선 지금의 조건이 오랜 기간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 관계자는 “정기 예금이나 적금보다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유동성 관리가 어려운데, 중금리 대출의 리스크까지 감당해내면서까지 무리한 조건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그랬듯 출범 직후에 높은 수신금리를 내세우고 고객을 유입시켰다가 수익성 고민 때문에 금방 금액 제한이나 금리 조건을 두는 등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토스 측은 “다른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고, 혜택을 고객에게 최대한 돌려드리려는 계획”이라며 “중금리 대출을 병행할 것이기 때문에 연 2% 수준의 금리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