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카오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 압박을 받는 가운데,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은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중으로 카카오에 보험사 설립 허가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주식회사(가칭)’ 설립 예비허가를 받고 나서, 현재 본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 상품 비교서비스 중단과는 별개로, 독자적 보험 상품을 개발해 팔 수 있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준비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안으로 보험사 설립 본허가를 받고, 내년 상반기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보험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보험사 설립을 통해 보험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 경험치를 쌓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플랫폼 업체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의 대부분을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봐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중개업을 위한 라이선스가 없는 카카오페이는 결국 관련 서비스들을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잠정 중단된 보험 서비스는 향후 소비자 보호에 차질이 없도록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맞춰 면밀한 법적 검토 후 재오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카카오페이가 보험 중개 서비스를 넘어 보험사 설립에 나서면 카카오뱅크 사례처럼 업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 두 곳에 불과하다.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사업 초기 어린이보험, 동호회보험 등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을 시작으로 자동차보험이나 장기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덩치가 큰 시중은행들이 포진한 은행권과 달리 보험업계는 중소 보험사들이 많아 카카오에 전부 소멸당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카카오의 보험사 설립은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금산분리 원칙에서 은행업을 제외하고 증권업·보험업 등은 사실상 별다른 규제 없이 산업자본의 진출이 용인된다. 삼성의 경우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이 보험업을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부정적 분위기와 여론이다. 지난 13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0%가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답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응답은 35.3%에 그쳤다.

특히 카카오는 국내외 계열사만 158개에 달하며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14일 골목상권 시장에서 일부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보험 시장까지 진출하면 더 큰 역풍이 불 수 있어 정부도 앞으로 상황을 살피며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본허가를 신청하면, 해당 인가 요건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라며 “다만 최근 플랫폼 (갑질·독점) 논란과 보험사 설립 문제가 연관될 수 있어, 여러 부분을 고려해 심사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