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8일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비전 2025' 선포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사이 주주간 분쟁에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ICC 중재재판은 단심제로 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6일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양측 갈등의 단초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1조2000억원 규모)를 매입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신 회장이 이 주식을 공정시장가치(FMV)에 대신 매입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신 회장은 IPO를 추진했지만, 결국 약속된 기한을 넘겼다. 어피니티는 추가로 3년을 제시했지만, 마찬가지로 IPO에 실패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무산되자 어피니티 측은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2018년 2조122억원(1주당 40만9000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2012년 컨소시엄이 매입할 때보다 66.9% 높은 금액이었다. 결국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옵션 행사 가격에 반발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ICC까지 가게 됐다.

신 회장 측은 계속된 불황과 저금리 기조로 교보생명 시장가치는 20만원 중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풋 행사 가격이 신창재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 상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장에 대해서도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며,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주장한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한편, 어피니티컨소시엄 주요 임원들과 이들로부터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임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