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자, 카드업계가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 발행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대부분의 자금을 채권을 찍어 조달하는 카드사는, 그 특성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 원가가 같이 뛰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카드채 등을 포함한 여전채 순발행액은 13조3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8727억원) 대비 20% 정도 발행 규모가 늘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면서 채권 시장이 움츠러들자, 원활하게 자금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가 줄어들고, 2분기 무렵부터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줄지어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에서 보통 신용 스프레드 축소는 채권을 찍는 기업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전 자산인 국채와 비교해 추가로 얹어주는 금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서울 신촌의 한 상점 출입구에 각종 신용카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조선DB

특히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수요가 많아지면서 카드사들은 ESG 채권을 늘리는 방법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왔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업 카드사들이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1조69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1년 동안 발행한 규모 1조2500억원을 6개월 만에 훌쩍 넘겼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처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 자금력을 필요로 하는 신사업 투자 수요가 많다”며 “금리 인상 예고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달 비용이 낮을 때 미리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채권을 작년보다 많이 발행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채권을 찍을 때 일반 회사채와 다르게 기관 수요 예측 없이 발행 물량을 주관사(증권사)가 전량을 사다가 판다. 수요 파악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그만큼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많이 늘어나고, 일반 회사채 대비 변동성도 커진다. 올해처럼 카드사마다 수천억원 단위로 여전채를 찍어낼 정도로 발행 규모가 늘고, 채권 찍는 횟수가 잦아지면 스프레드 확대 폭도 같이 큰 폭으로 널뛰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국민·삼성·우리카드가 올해 상반기 조달한 자금에서 여전채가 차지한 비중은 평균 76.25%로 여전히 높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면 카드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신용카드학회 관계자는 “카드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 중·저신용자 대상 자금 공급이 줄고 민간소비나 기업 설비 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카드사들이 금리 인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쪽으로 장기적인 조달 방안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카드사의 여전채 의존도 편중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시행했다. 해당 모범규준에는 자산·부채의 특정 부문 편중 등에 대한 감독, 이사회에서 유동성 리스크 관리전략을 승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이 모범규준을 앞으로 2년 동안 시행하고, 시장 상황을 본 후 감독규정이나 시행세칙에 모범규준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카드사 역시 최근 자금조달 방식으로 여전채 대신 해외 ABS와 장기 CP 발행을 부쩍 늘리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장기CP는 수요예측 같은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금리 변화에 대응이 빠르다. 해외 ABS는 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해외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국내 카드사들은 기존 여전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수월하다.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1885억원, 삼성카드는 지난달 27일 5000억원 규모 장기 CP를 찍었다. 롯데카드도 지난달 2000억원 규모로 장기 CP를 발행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우리카드가 8000만달러(약 914억원) 규모로 ESG 쇼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쇼군본드란 일본에서 외국기업이 엔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