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323410)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엄격히 관리하고 나선 금융당국의 방향에 맞게 시중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속속 동참한 상황 탓에 카카오뱅크도 고심에 빠졌다.

올해 카카오뱅크의 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이다. 그런데 이 상품은 무주택 청년을 위해 금융당국이 장려하는 정책 상품이기도 해서 쉽게 대출 제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23조9416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7.8%(3조 6283억원) 증가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카카오뱅크 오피스. /카카오뱅크 제공

업계에서는 이런 증가세가 과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짙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 목표치를 은행별로 5~6%로 제한했는데,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인터넷은행에는 이런 목표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생각보다 증가세가 가팔라 카카오뱅크에도 대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임무가 있고, 업권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성장성을 두고 봐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시중은행이 총량 관리가 버거워 대출 중단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치의 3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용인해주는 것은 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뱅의 올해 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소득이 없거나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인 무주택 청년이 최저 2% 안팎의 저리로 전세 대출금을 빌릴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보증하는 이 상품은 지난해 말보다 1조5349억원이 증가했는데, 카뱅의 전체 대출 증가액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42.3%)을 차지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카뱅이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여기에 지난달 해당 상품 한도를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면서 인기는 급상승했다. 심지어 인력들이 신청 건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면서 심사가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카카오뱅크의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 안내 문구.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이유로 대출 총량 관리가 극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청년 전월세 대출 상품을 건드려야 하는데, 카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국의 ‘연봉 이내’ 대출 한도 제한 권고에 따라 카뱅도 시행을 검토하고 있으나, 청년이나 중·저신용자 실수요자에 불똥이 튈까 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위험 신호에 따라 대출 제한 등 조처에는 궤를 같이할 것”이라면서도 “증가분이 큰 청년 전월세 상품을 건드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포용 금융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는데, 다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따라 이를 억제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하반기 출시하기로 계획을 밝혔던 자체 주택담보대출 상품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담대 연말 출시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내심 이번 상황을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케이뱅크의 경우 사실상 올해부터 대출 영업을 재개했다는 특수성이 있어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서 다소 비켜서 있다. 은행업계 중에서도 대출 공급 여력이 넉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오는 31일부터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전세대출 상품 2종을 새로 선보이는 등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