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오는 9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NH농협은행이 24일부터 신용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중단에 나선 것이다. SC제일은행도 간판 주택대출 상품을 중단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취급을 9월 말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분기별로 대출 한도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미 3분기 한도 몫이 승인 건수 기준으로 소진된 상황”이라며 “9월 말까지 신규 신청 분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취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전세대출 신청 취소 분이 나오면 일부 취급은 가능하다.
SC제일은행도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중 신(新) 잔액 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는 상품의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주택대출의 주를 이루는 변동금리부 대출을 중단해 신규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얘기다. 오는 30일부터는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P) 낮춘다.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가 줄어들면 실제 대출금리는 높아지게 된다. ‘퍼스트전세보증론’의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도 하향 조정한다.
앞서 농협은행은 11월 30일까지 전세대출을 비롯해 가계 부동산 담보대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단체승인대출(아파트 집단대출) 등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그나마 신규 취급이 유일하게 가능한 신용대출 역시 당국 권고에 따라 최고 한도를 연소득 이내, 최대 1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연초 제시한 ‘연간 증가율 5%’라는 목표치를 지난 7월 말 기준 7.1%를 기록하면서 이미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금융위가 은행 단위로 가계대출 상황을 직접 관리하고, 기존에 설정한 대출 한도를 넘지 않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가계부채 관리가 미흡한 일부 은행에 이번 주말까지 관리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 금융회사의 가계부채를 직접 관리하는 비상체계를 이미 가동 중”이라며 “농협은행 등 일부 금융회사의 가계부채 증가액은 연초에 정한 목표치를 이미 초과했다”고 당시 말했다.
따라서 우리은행, SC제일은행, NH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대출 중단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대출 중단 내지는 대규모 대출 요건이나 한도 축소에 나설 것으로 금융업계는 본다. 금융계에서는 한두 회사만 대출을 중단했을 때 나타날 ‘풍선효과’ 때문에 모든 금융권이 주택대출 중단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한 은행 임원은 “NH은행은 대출 중단 발표 이전에 기존 대출 재약정 시 부과되는 금리부터 높였는데, 그러자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대환 대출을 신청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로 대출 신청이 몰리면, 별 수 없이 대출 중단 선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