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점검 기준 선정 단계부터 애를 먹고 있다. 머지포인트처럼 ‘미등록 전자금융업자’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선 통신판매사업자들을 살펴야 하는데, 전국에 등록된 사업자가 160만곳에 달하는 등 그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6일부터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점검 대책 회의를 통해 점검 대상 기준 선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의 점검 대상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금융당국 관할의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 전자지급 수단발행 및 관리업자’로 등록된 업체 67개사가 고객의 선불충전금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머지포인트처럼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유사한 영업을 하는 사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범위가 너무 넓어 문제다. 미등록 영업 사례의 경우 우선 통신판매사업자 중에서 추려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런 통신판매업자는 전국적으로 모두 156만8316곳이다. 서울시에만 47만8282곳이 등록돼 있다. 앞서 문제가 된 머지포인트 역시 금융당국 관할의 전금업자가 아닌, 개별 지자체 관할인 통신판매업으로만 등록돼 있었다. 머지포인트 발행사인 머지플러스는 지난해 5월 사업장이 소재한 서울시 영등포구청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신사업자 중 어떤 기준을 정립할지가 최대 고민거리인데, 모든 쇼핑몰을 다 뒤져서 하나하나 살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심지어 이를 점검할 인력도 금감원 내 디지털감독국 전자금융감독팀 소속 팀원 단 3명뿐”이라고 말했다.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제재 권한은 없다. 현행 전금법에 따르면 미등록으로 영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지만, 이는 엄연히 수사 당국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머지포인트 같은 미등록 업체를 추후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조처는 이를 검·경에 통보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기존 선불업 전금업자 67개사에 대한 점검도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등록 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선불충전금은 고유자산과 분리해 은행 등 외부기관 신탁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즉시 신탁상품에 가입하기 곤란한 경우에 한해선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은 해당 가이드라인 시행 후 지금껏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총 두 차례에 걸쳐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를 점검한 바 있으며, 이번 점검 역시 정례적 점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이드라인 미이행 시 ‘이행 권고’ 정도의 조처를 할 수 있을 뿐 마땅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하이플러스카드(2338억원) ▲티머니(2037억원) ▲이베이코리아(842억원) ▲쿠팡페이(693억원) ▲SK커뮤니케이션즈(143억원) 등이 선불충전금 외부 신탁 등 가이드라인에 따른 이용자 자금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여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앞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던 일부 업체들에 대해서도 이행하라고 압박을 지속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점검 예고가 이뤄지자, 머지포인트와 유사하게 할인 쿠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선불 충전식 핀테크 업체들은 저마다 ‘전금업자 등록이 돼 있어 문제 없다’고 안내하기 바쁜 분위기다.
각종 브랜드에서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온 차이카드 측은 “차이는 전자금융업에 대한 등록을 마친 전자금융업자로서 관계법령과 금감원의 지침을 준수한다”고 공지했다. 외화선불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블월렛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금융업 등록 업체로서 금융감독원 하에 고객 선불 충전금과 결제대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