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해 비판적인 분석을 내놨다.

서울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부업 이용 광고 전단지. /조선DB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이 위축되면서, 되려 불법 대부업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책서민금융 확대가 맞물리면서, 민간의 시장 기능이 위축되는 악순환도 경고했다.

입법조사처는 5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종전 연 24%에서 연 20%로 4%포인트(p) 낮아지는 것이 대부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발표한 100대 정책 과제의 하나로 당시 연 27.9(대부업법) 또는 25.0(이자제한법)%인 최고금리를 일괄적으로 연 2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 2월 각각 연 24%로 3.9%p, 1%p씩 인하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8년 2월 최고금리가 3.9%p 낮아진 대부업의 현황을 주로 분석했다.

/입법조사처

대부업 이용자는 2017년 104만5000명에서 2019년 53만명으로 49.3% 감소했다. 신규 대출액은 7조300억원에서 4조900억원으로 41.8% 줄었다. 특히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이용자수는 56.1%, 신규 대출액은 51.0% 각각 감소했다. 6등급 이상 중·고 신용자 대비 위축 정도가 큰 셈이다.

반면 불법 대부업은 확산됐다. 입법조사처는 “불법 대부업에 의한 피해 신고가 2019년 하반기대비 2020년 상반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등록 대부는 1335건에서 1776건으로 33.0%, 고금리는 368건에서 519건으로 41.0% 각각 뛰었다. 입법조사처는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심사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대출 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불법대출이나 대출사기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

한편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책으로 정책서민금융 자금 공급 확대를 내놓았다. 초과대출 대환상품 일시 공급, 햇살론 공급 확대와 금리 완화, 햇살론 등이다. 2017년 6조9000억원이었던 정책서민금융 상품 규모는 2020년 8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위는 지난 4일 옳해 정책서민금융 자금 규모를 9조6000억원으로 늘려 공급키로 했다.

입법조사처는 “정책서민금융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서민금융의 시장 기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결과 다시 정책서민금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가 대부업 대출 잔액 감소 원인 중 하나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시각이다.

입법조사처는 미국이 민간 금융 중개 조직인 지역개발 금융기관(CDFI)를 통해 서민금융용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참고할만한 사례로 들었다.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서민금융서비스에 참여하는 방식이라 원활한 시장 기능과 서민 금융 공급을 양립하게 한다는 것이다.

“향후 서민금융기관의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제언했다. 상업적 서민금융기관이 저소득,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신용대출 상품을 스스로 개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