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연합뉴스

최근 일 년 사이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약 23조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일부 예적금 자금이 저축은행이나 주식, 가상화폐 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은 더 이상의 고객이탈 방지 및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MZ(밀레니얼+Z) 세대’ 특화 저축성 상품을 내놓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 659조원으로 지속 감소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659조6335억원으로, 작년 동기(682조2184억원) 대비 약 23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중도 해지된 정기 예적금 통장 개수는 843만1537개로 2019년보다 105만643개(14.2%) 늘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해지된 자금 대부분이 주식시장 등으로 유입된 것으로 금융권은 파악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해지되는 예적금 통장 수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시작된 증시 활황이 올해 가상화폐, 공모주 열풍으로 이어불고 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됐다.

일러스트=정다운

반면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평균 연 0~1%대 수준이다. 1억을 넣어도 한 해 이자로 100만원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예적금을 하더라도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저축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저축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잔액은 84조9943억원으로 작년 동기(66조7518억원) 대비 약 27%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에 불만을 느낀 고객들이 예적금 자금을 빼 주식이나 가상화폐 같은 투자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미래 고객인 2030 사회 초년생들의 신규 유입이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MZ 세대 맞춘 특정 테마형 적금 상품 설계

이에 은행은 MZ 세대의 유입을 위한 새로운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기존에도 대학생, 청년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예적금 상품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MZ 세대를 아우르는 트렌드 및 특정 테마에 맞춰 상품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9일 e스포츠과 연계해 최고 연 2.0%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LCK 적금’을 출시했다.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10개 구단 중 고객이 응원하는 구단을 직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고객이 선택한 응원구단 성적에 따라 최대 0.7%p, 가입고객 수에 따라 최대 0.3%포인트(p)가 제공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 적금 상품에서 20~30대 비중이 굉장히 낮은데 LCK 적금의 경우 2030이 70% 이상 비중”이라며 “좋아하는 팀과 선수에 대한 응원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어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LCK 아레나 전경./조선DB

신한은행도 2021 KBO리그의 흥행과 각 구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2021 신한 프로야구 적금'을 지난 3월부터 판매 중이다. 우대금리 1.4%p를 제공해 최고 연2.4% 금리를 제공한다. LCK 적금처럼 고객이 선택하는 구단의 성적이 우대 금리로 연결되는 형태다.

지방은행도 MZ 세대 공략에 힘쓴다. DGB대구은행은 MZ 세대를 타깃한 비대면 상품 판매율이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대구·경북 55곳의 명소를 방문해 은행앱으로 위치를 인증하면 연 최고 2.40%의 금리를 제공하는 ‘DGB핫플적금’, 시즌별 가입 고객에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적금을 위한 이유’ 등을 적으면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세븐적금’ 등이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일반 예적금 상품 라인업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MZ 세대를 노린 상품은 별개로 내놓고 있다”며 “MZ 세대를 타깃한 예금 상품도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