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하는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국내에서도 2023년 1월 1일로 확정됐다. 보험사는 과거에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현재 저금리하에서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이자를 모두 부채로 기록해야 한다. 이에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본건전성을 맞추려면 보험사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자본을 미리 확충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회계기준원이 기업회계기준서 제1117호(보험계약)를 보고함에 따라 기존 보험계약 기준서(IFRS4)를 전면 대체하는 회계기준을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채점 기준'이라고 보면 되는데, 전세계적으로 통용된다.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현실과 좀더 가까운 보험사 가치 평가를 위해 새로운 기준인 IFRS17 최종안을 지난해 6월 확정·발표했고, 국내에선 회계기준원이 이를 검토해 시행 결정을 내리게 됐다.
IFRS17은 보험사의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게 한다. 기존 IFRS4는 보험판매 시점의 금리를 이용해 보험 부채를 측정했고, 보험회사의 재무정보가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실질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새 기준인 IFRS17은 보험 부채를 측정할 때 현 시점의 금리와 위험 수준을 반영하도록 했다.
또 현행 IFRS4는 보험료를 그대로 보험수익으로 인식했는데, 앞으로는 보험수익을 매 회계연도별로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제공한 보험보장을 반영해 수익을 인식한다. 즉 특정기간에 보험을 많이 판매해 보험료를 늘려도 앞으로는 보험금을 줄 때 이를 수익에 반영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단기 수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공표로 보험손익과 비보험손익을 쉽게 구분할 수 있어, 재무제표 이해가능성과 타 산업과의 비교가능성이 증대되고, 새로운 회계기준은 국제적으로도 통일돼있어 국내 보험회사와 다국적 보험회사의 재무제표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을 통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감독회계,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조속히 확정해 연착률을 도모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끔보험공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보험개발원 등이 참여해 2018년 11월부터 운영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시 부채규모 증가로 보험회사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보험회사가 자본확충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원활히 새로운 회계체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밀착 관리·감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