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란게 내가 필요할 때는 가입이 안 돼죠. 어떤 병이나 사고가 나버리고 나면 가입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가입시켜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앞서서 해야하는데, 데이터를 통해 가입해야 하는 시기를 예측해 앞서서 알림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 겁니다. 그리고 보험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건강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보맵 케어’로 서비스를 키울겁니다.”
지난 13일 만난 김옥균 보맵 부대표는 ‘헬스케어’라는 단어를 유난히 많이 입에 올렸다. 보험사와 일하는 인슈어테크 회사의 부대표가 헬스케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 부대표는 “앞으로 보험과 헬스케어 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보험사가 헬스케어 업체가 될 수도 있고, 헬스케어 업체가 보험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맵은 하나금융그룹,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국내 대표 인슈어테크(insurtech) 회사다. 최근엔 현대해상에서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2015년 설립된 보맵은 가입한 보험상품 한눈에 확인하기, 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로 사용자가 늘면서 현재는 누적 사용자가 250만명에 이른다. 지난 1월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권을 취득해 맞춤형 보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보험만큼 생애주기를 파악하고, 이벤트를 잘 파악해야 하는 금융상품이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라며 “의료기관이나 헬스케어 업체야말로 고객의 의료 정보들을 가장 밀접하게 다루고 있고, 보맵이 이들과 협업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구상하는 ‘보맵 케어’는 어떤 것인지.
“아직 전략상의 개념이긴 하지만 보험상품 판매만 하는게 아니라, 병이 나면 간병인이나 요양원 등 케어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를 그리고 있다. 보험 상담과 판매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원격 상담하거나 간병인이나 요양원까지도 연결이 가능한 보맵 케어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가 구상하는 그림에 어떤 역할을 하나.
“보험은 내가 필요할 때는 가입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위험성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는 데이터를 갖고 해야한다. 건강검진 했을 때 간수치가 너무 높게 나오거나 혈압이 너무 높게 나온다면 관련된 질환을 걱정해볼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보험 가입을 고려하게 되는데, 병원은 직접적으로 상품 권유를 할 수 없고 보험사는 오히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도 있다. 소비자 편에서 시점과 상황에 맞춰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무기록업체(EMR)들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실손청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질병 코드나 여러 의료 신호들을 모으려고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바꿀 금융업권의 미래상은.
“데이터가 결합된다는 것은 고객 세그먼트(분류)가 나눠진다는 것이다. 즉, 고객을 세부적으로 나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 등급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대안신용평가 모델이 대표적이다. 금융사들은 데이터 사업을 통해 훨씬 더 다양한 고객군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만큼 상품이나 마케팅도 맞춤형으로 진행될 것이다. 상품단에선 초개인화된 금융상품이 나올 것이고, 이에 많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우세해지면서 금융업간 경계도 많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도 보험시장에 도전하는데, 보맵의 경쟁력은.
“보험업은 분명 난이도가 있는 시장이다. 시장 변화가 느리고, 대출이나 카드, 송금, 결제 등 다른 금융상품과는 다르다. 필요 시점과 구매 시점 간에 시간차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오늘 암보험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과 목표를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건 고객이 보험을 생각하는 시점이 어딘지, 경로가 어딘지를 알아야 하고 그걸 알기 위해선 사업 이해도가 높아야만 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네이버의 경우 소매금융이나 소상공인 특화 보험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고, 카카오페이는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보맵은 ‘보험업계의 타다’ 같은 서비스라 말씀드리고 싶다. 훈련되고 기술로 무장한 ‘보험 요원’들을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부족한 보장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설계사들은 신뢰가는 설계를 해줄 수 있도록 ‘보장 피팅’과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하지만 보험만 가지고는 안 된다. 보험은 결국 의료 서비스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헬스케어 서비스까지 안고 가야한다. 보맵은 보험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딴 인슈어테크도 두 곳 뿐이다. 보험 시장의 크기를 보맵만큼 크게 보는 테크 업체는 없는 것 같고,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업 과정에서 걸림돌은?
“소비자가 쓸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5개로 제한한다는 것은 고객 선택권을 배제하는 조치라 본다. 현재 선정된 사업자가 28개인데, 그중 금융기관이 반이 넘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금융기관 계좌를 갖고 있기에 접근성이 편한 금융기관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핀테크가 기존 금융사보다 더 큰 혁신성과 매력으로 이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많은 데이터의 유통을 막겠다는 이유로 개수 제한을 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