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부업체 법정 금리를 11%대까지 낮춰 달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대부업체 최고금리 인하' 논란에 재차 불을 붙였다. 최고 금리가 현행 금리 기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대부업체 대부분이 도산하고, 대출 문턱이 올라가 결국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것은 서민들 뿐'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이 지사는 지난달 25일 본인 페이스북에 본인 씽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연구 결과 법정 최고금리 적정 수준이 11.3∼15%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는 0.5%인데,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국민 모두에게 최대 1000만원의 연 2%대 장기대출 기회가 주어진다면, 18%에 해당하는 이자 차액은 대부업체 배를 불리는 대신 국민의 복리 증진에 쓰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1.3∼15%는 현행 24%의 반에 못 미친다. 다음 달부터 내려가는 최고금리 20%에 비하면 25~43.5%가 낮다. 이 지사는 이런 금리 인하를 포함해 본인이 주장하는 '기본 대출 방안'이 "금융도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철학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무(無)근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고 금리를 10%대로 묶은 국가는 쉽게 찾기 힘들다.

그래픽=이민경

대부업계가 주장하는 조달비용(금리원가)은 대손비율 연 10~12%, 중개수수료 연 4%, 자금조달비용 연 5% 정도로 구성된다. 원가만 연 19% 수준이다. 이들은 "지금 있는 규제를 다 풀어도 원가를 15%에 간신히 맞출 수 있을까 말까 한데 이렇게 '무조건 낮추자'는 주장은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금리 상한은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편에 속한다"며 "정치권에서는 선진국 보다 월등히 높은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금리의 반절로 깎이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는 인원이 더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업계 대출 잔액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였던 2018년 말 17조3400억원을 기점으로 매년 줄고 있다. 법정 최고 금리가 24%가 되자 지난해 말에는 15조9170억원으로 2년 전 대비 8.2%가 감소했다. 이용자 수도 2017년 247만3000명에서 지난해 157만5000명으로 36% 쪼그라 들었다.

금융당국은 이 수치를 놓고 "최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일본계 대형 대부업자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자들이 3금융권 사업을 정리해 2금융권으로 옮기면서 취급액이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업계에서는 최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부업체들이 신용 심사 강도를 높이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정책일지라도, 예상치 못한 반(反)서민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서민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대부업체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금융 소비자 수는 8만9000∼13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11.8%로 2017년(16.1%)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반대로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1%로 2018년 조사 당시(62.7%)보다 늘었다. 대부업체에서 퇴짜를 맞아 불법 사채의 늪으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늘어난 셈이다. 이들 가운데 73.5%는 '불법 사금융이라는 것을 알고도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그래픽=정다운

법정 최고금리가 이 지사가 거론한 대로 10%선까지 떨어지면 사실상 사금융 시장은 사라지고, 그 반작용으로 시중은행 금리까지 오르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신금융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일본 대금업 규제 강화 이후 10년간의 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출자법 상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20%로 한꺼번에 10% 가까이 인하했다. 그 여파로 대부업체 열에 일곱(73.3%)은 문을 닫았다.

그러자 틈새를 파고 든 시중은행들이 이전 대금업자들에게 신용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대손이 생기면 보증을 세운 해당 대금업자가 대신 변제를 하는 식으로 은행이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가는 새로운 문제도 생겼다. 별다른 대책 없이 금리만 급격하게 낮추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과 다르지 않다는 보여주는 사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은 다른 대출시장과 금리 동조화가 항상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금융시장 사정을 들어 최고 금리를 규제하는 근거로 삼아선 안된다"며 "대부금융시장이 건전한 제도권 금융시장이 되길 바란다면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장 원리가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