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경기 상황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단 메시지를 보내자 금융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이전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불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3월과 5월에 걸쳐 두 차례 인하해 0.5%로 낮췄다. 이후 지금까지 기준금리는 0.5%를 유지하고 있다. 일년이 넘도록 초저금리가 이어지자, 카드업계는 그동안 역대급 규모로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 채권)를 찍어냈다.

여신금융협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여전채 순발행액은 총 7조5322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발행액과 상환액은 각각 21조7225억원, 13조80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발행액이 2조69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64%가 늘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상반기에 오픈뱅킹, 하반기에 마이데이터 같은 주요 신사업을 키워야 하는 시기라 초기에 성장 여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 자금을 어떻게든 불리려고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카드사 수수료 재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카드사의 주된 밥벌이였던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해 신사업을 개척하려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은행과 다르게 수신 기능이 없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조달 비용이 바로 뛴다.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새로 차환(refunding) 발행할 때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특히 채권 발행 종류가 적고, 자금 조달 구조가 단순한 카드사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이 빠르게 올라간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카드)는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76%에 달했다.

그래픽=이민경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신용등급이 우량한 일부 카드사는 기준 금리가 올라도 회사채 발행 자체가 막히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일부 등급이 낮은 카드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채권을 찍을 때 일반 회사채와 다르게 기관 수요 예측 없이 발행 물량을 주관사(증권사)가 전량을 사다가 판다. 수요 파악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그만큼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많이 늘어나고, 일반 회사채 대비 변동성도 커진다. 특히 올해처럼 카드사마다 수천억원 단위로 여전채를 찍어낼 정도로 발행 규모가 늘고, 채권 찍는 횟수가 잦아지면 스프레드 확대 폭도 같이 큰 폭으로 널뛰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카드사 영업자금의 75%가 채권을 통해 들어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예견됐던 금리 인상이라고 할지라도, 보통 3년물인 여전채 스프레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카드사 조달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25bp(0.25%) 또는 50bp(0.5%) 오르면 조달비용이 최소 1700억원에서 최대 35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7년 말 69조원 수준이던 카드사 차입부채가 지난해 초 85조원대로 23%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 인상에 따라 카드사가 감당해야 할 조달 비용 추가 부담은 최소 2100억원에서 최대 4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맹점 수수료에 이어 카드사 수입의 주된 축을 이루는 카드 대출 역시 금리가 오르면 지금보다 수익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 대출 특성상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 소비자와 다중 채무자가 많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연체·부실율 관련 위험이 커진다. 이 경우 카드사는 흔들리는 여신 건전성을 바로잡기 위해 대손 비용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현재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카드 대출 취급액을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줄이면 카드사가 거두는 이자 수익도 줄어든다. 조달 금리는 오르는데, 수입마저 줄어드는 이중고에 빠지는 셈이다.

애초에 카드사보다 조달 금리가 높았던 캐피탈사들 사정은 더 열악하다. 지난해 캐피탈사들은 기준 금리 동결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실과 연체가 이전보다 덜 발생한 덕분에 큰 이익을 냈다. 그러나 올해 최저 금리가 20%로 낮아지면서, 시중은행과 카드사는 물론 저축은행들과도 중금리 대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긴박한 처지에 놓였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달 비용이 늘었다고 이전처럼 그 증가분을 차주(借主)에게 떠넘기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캐피탈사가 높은 마진을 가져가는 기업금융 부문은 건설·부동산개발업체에 여신이 몰려있다. 상대적으로 거액 여신 비중이 높은 이들 업종 특성상 금리가 올라가고 일부 차주의 부실이 드러나면 캐피탈사 건전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일반 소액 개인 여신거래 부문보다 월등히 크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앞선 금리 인상기 사례를 보면 캐피탈사는 대손 비용 마련, 투자 손익 관련 변동성 대처에 특히 취약했다”며 “금리 상승 속도가 경기 회복 속도를 앞지를 경우, 캐피탈사는 건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조달비용까지 늘어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