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거래소가 실명 입출금 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계좌 발급 제휴를 꺼리고 있다. 제휴를 통한 수수료 이익보다 자금세탁 등 예측 못 할 사고가 터졌을 때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NH농협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와 계좌 발급을 통해 얻는 수수료 수입은 전체 순이익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빗과 제휴 중인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 5200만원과 펌뱅킹 이용 수수료 9300만원 등 총 1억45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신한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564억원으로, 제휴로 얻은 이익 비중은 0.02%에 불과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오는 7월 코빗과의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고, 재계약을 할지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빗썸과 코인원 두 곳과 계좌 발급을 제휴 중인 NH농협은행도 재계약을 확정 못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빗썸에서 13억원, 코인원에서 3억3300만원 등 총 16억3300만원의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를 받았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097억원으로 가상화폐거래소 제휴로 얻은 이익 비중은 0.39%다.
각 은행들은 가상화폐거래소가 매수·매도 거래 1건당 수취하는 수수료에서 0.5~0.8%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량이 타 거래소보다 많은 업비트와 제휴한 케이뱅크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얻는 수수료 수입은 미미하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올해 1분기 업비트에서 받은 수수료는 50억원이다.
이에 KB국민·하나·우리·SC제일·씨티은행 등은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신규 제휴에 목매지 않는 분위기다. 주요 지방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중소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오는 9월 본격 시행되는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는 고객 실명인증 계좌를 쓰지 않은 채 플랫폼 운영은 가능하지만, 가상화폐와 금전 교환은 불가능하다. 사실상의 영업금지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기조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