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상권 공실이 늘고 있지만, 주요 보험대리점(GA)들은 오히려 ‘알짜’ 땅으로 여겨지는 지하철 역세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속속 내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GA업계 1위 리치앤코는 최근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12번 출구 앞 테헤란로변 1층에 오프라인 매장 ‘굿리치 라운지’를 입점시켰다.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인 이곳은 원래 카페로 쓰다가 2019년 말부터 공실이었다. 리치앤코가 역세권에 단독 매장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주요 역세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GA는 리치앤코뿐만 아니다. 업계 2위권인 피플라이프는 오프라인 매장인 ‘보험클리닉’을 상당수 역세권에 설치했다. 이미 서울에 있는 5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 중 대부분이 역세권에 있고, 단독 매장이 꽤 된다. 특히 신당이나 동묘앞역점 등은 지하철역을 나가자마자 있는데, 홍보모델인 현빈의 입간판을 세워놓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도록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이 150개에 달한다.
보험대리점들은 오프라인 매장 설치 전략을 바꾸고 있다. 리치앤코는 임대료 등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숍인숍’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을 내왔다. 기존에 있던 송파점과 영등포점의 경우 각각 송파 롯데마트, 영등포 롯데마트 안에 입점해있었다. 하지만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 로드샵을 내기로 방침을 수정했다.
리치앤코 관계자는 “매장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내부 지적이 있었고, 이에 숍인숍 전략에서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설치하는 로드숍 전략으로 바꾸었다”며 “추이를 보며 역세권 대리점들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플라이프의 경우 2019년 사모펀드 코스톤아시아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 조건 중 하나가 내방형 점포(OTC)로 불리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이었다. 지난해 투자 2년 만에 전국적으로 160여개 지점을 냈는데 대형마트·쇼핑센터 내 숍인숍이 70%, 로드숍이 30% 비율이었다.
GA들의 역세권 진출은 그만큼 GA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형 GA로 분류되는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 규모는 지난해 7조18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0억원 늘었다. 2017년 5조1809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가량 늘었다.
2014년 18만1309명이었던 GA 소속 설계사 수는 지난해 23만276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 수(지난해 17만8459명)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해 11월엔 업계에서 처음으로 에이플러스에셋이 유가증권 시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요 역세권에 매장을 여럿 내는 건 은행이나 이동통신사 지점·대리점 같이 고정 매출액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는 업종만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매장들이 대거 새로 생기는 것은 그 업종이 성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