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와 신협 같은 상호금융조합이 높은 예금 금리를 내세우며 이른바 '짠테크족(짠돌이+재테크)'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간 짠테크족을 겨냥한 시장은 저축은행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축은행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역마진 우려로 수익성 관리에 나서자 상호금융조합이 수신금리를 올리며 예·적금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7일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저축은행 1년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1.61%로 지난해 연말 1.9%보다 0.3%P(포인트) 가까이 내렸다. 일부 6개월 만기 예금 상품들 가운데는 시중은행과 별반 다를 바 없는 0%대 금리도 나타나 '저축은행이 금리를 많이 준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가령 BNK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예금상품 복리는 지난 7일 이후 1.1%에서 0.9%로 낮아졌다.

높은 금리를 무기로 금융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던 저축은행 업계가 돌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배경에는 '수신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법정 최고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올 들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바람이 불면서 지난 2월 저축은행 총 수신규모는 83조2645억원까지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MG새마을금고 경주지점.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수신액이 몰리기 시작하자, 그만큼 많은 예금 이자를 되돌려줘야 하는 저축은행은 역마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를 낮추는 과정에서 이자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수신 금리를 낮춰 수익성 보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지는 것도 저축은행 예금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개정된 여신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지난 2018년 11월 1일 이후 체결된 대출에도 일괄적으로 바뀐 최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또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금리대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저축은행의 '핵심 사업'인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선을 기존 19.5%에서 16.0%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줄줄이 떨어지는 사이,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반대로 예금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금융조합의 경우 가중평균 예금금리가 지난해 말 1.07%에서 1월 1.12%, 2월 1.14%로 매달 오르는 추세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연말 1.62%였던 금리가 2월 기준 1.68%로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서 자연히 여신 취급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여신 취급액은 각각 145조6631억원, 80조320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두 상호금융조합 여신 취급액 역대 최대치다.

한 상호금융조합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담보대출에 집중하기 때문에 신용대출 위주인 저축은행보다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대출 금리상한선이 낮아져도 타격이 작아 공격적인 영업을 할 여력이 저축은행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조합들은 이참에 신규 금융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이기 위해 특판 상품을 출시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서울 종로 새마을금고는 이달 초 최대 연 2.3% 금리를 제공하는 '비대면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내놨다. 서울 회현동 새마을금고 역시 선착순 300명을 대상으로 최대 연 3.5% 금리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내놨다. 두 상품 모두 4월 저축은행 업계 12개월 예금 평균 금리인 1.7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나 신협 같은 상호금융조합은 은행과 달리 거주지나 회사 소재지가 아닌 지역에서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15.4%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그런 불리함에도 금리가 다른 은행권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보니 지역에 상관없이 금융 소비자들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