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카드사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숙원 사업이었던 ‘마이페이먼트’를 추진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금융결제원 지침에 따라 이달 31일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오픈뱅킹 관련 전산 개발과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금융결제원 지침에 맞춰 막바지 시뮬레이션 중”이라며 “작업 과정이 순조로워 무난하게 이달 말 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을 통해 은행·증권·핀테크 등 다른 금융회사에 있는 본인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은행·저축은행·핀테크 기업·상호금융·우체국·증권사까지 거의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카드사는 당초 오픈뱅킹 규정에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계좌가 있는 기관으로 한정한다’고 명시돼 있어 초기 서비스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융결제원이 카드사 같은 ‘정보제공기관’도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면서 카드사도 올해 초부터 오픈뱅킹 준비에 들어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협회와 함께 TF(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오픈뱅킹을 준비했다. 오픈뱅킹 자체는 이미 은행·저축은행·핀테크를 포함해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카드사를 제외한 모든 금융기관에서 시행 중이기 때문에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카드사가 오픈뱅킹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핵심 과제로 삼은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마이데이터 같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오픈뱅킹이 필수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운영 세부 추진방안

마이페이먼트는 결제 자금이 없더라도 거래 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지급지시 서비스업’이다. 쉽게 말하면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금융기관에 지급 지시만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토스나 카카오페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연결 은행 계좌에서 먼저 토스나 카카오페이 계좌로 금액을 선불로 충전해야만 결제나 송금이 가능하다.

반면 마이페이먼트는 선불로 충전하는 절차가 없어 절차가 더 간편하다. 금융 소비자가 상점에서 결제를 할때 지급지시업자 자격을 가진 마이페이먼트 사업자가 은행에 바로 지급지시를 하면, 은행이 소비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입금을 하는 식이다. 얼핏 보면 현재 쓰는 은행 체크카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특정 은행 계좌에 묶인 체크카드와 달리 마이페이먼트는 특정 은행 지정 계좌가 아닌 금융 소비자 본인의 모든 계좌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카드사가 마이페이먼트 사업을 하게 되면 결제자금을 따로 보유하지 않아도, 그리고 해당 금액을 충전하지 않아도 금융소비자 계좌정보만으로 결제나 송금 같은 이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만약 A라는 금융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담배 1갑을 산다고 할때, 이전에는 카드사가 우선 가맹점의 전표를 매입하고 이후 소비자의 은행계좌를 통해 미리 정해 놓은 결제일이 돼야 돈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카드사에 마이페이먼트가 적용되면 A는 평소 본인이 쓰던 카드사 앱을 열고 자신이 보유한 모든 금융 기관 계좌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된다. 그러면 충전이나, 송금 과정 없이 바로 돈이 빠져나간다.

이유정 금융개발원 연구위원은 “오픈뱅킹을 하게 되면 금융결제원은 직접 관리하는 오픈뱅킹망을 통해 개별 은행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낮은 수수료로 카드사에 열어준다. 그러면 카드사는 은행이나 증권사·보험사·다른 카드사 금융거래 정보를 모아서 해당 금융 소비자에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도 있고, 더 세밀하고 개인화된 새 서비스를 구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들은 오픈뱅킹을 이용해 마이페이먼트뿐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종합지급결제업까지 내다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종합지급결제업 면허를 받을 경우 기존에 은행 등 금융회사만 가능했던 계좌 발급을 카드사도 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카드사는 통장계좌를 이용하는 마케팅 기회가 생긴다.

금융위원회 역시 앞으로 카드사가 종합지급결제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는 종합지급결제 사업자의 겸업 가능 업무를 포괄적으로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