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운데 대형 금융지주사를 모회사로 둔 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1분기에 대체로 지난해 대비 월등히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가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현재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개 금융지주는 모두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 금융지주사가 저마다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올해 주요 사업 목표로 잡아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시중은행이 소화하지 못하는 중·고금리 금융 소비자를 계열 저축은행들이 대거 끌어들이며 수익성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28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4대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금융)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KB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지난 동기보다 순익이 88.2% 늘어난 64억원을 기록했다. KB저축은행은 영업점이 서울 일대에 4곳뿐이지만, KB금융지주 공시를 보면 최근 1년 새 총자산이 6800억원이나 불어나 2조원(2조842억원)대에 진입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1분기 대출잔액이 1조777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11억원 늘었다. 지난해 출시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키위뱅크’를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 이익이 같이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올해 3연임에 성공한 신홍섭 대표 체제가 자리를 잡아 가면서 중장기 디지털 금융 강화, 신규 금융 소비자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저축은행도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52억원)이 174.9%나 불어났다. 하나저축은행은 2018년 오화경 대표가 취임하면서 기업대출 위주였던 포트폴리오를 구성을 가계 대출 중심으로 바꿨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1금융권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저축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자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

그래픽=이민경

‘아주저축은행’이란 간판을 달고 영업하다가 지난 3월 우리금융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우리금융저축은행도 1분기 기준 4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금융지주 자회사로 탈바꿈한 이후 기업대출 규모 확대 및 자산관리, 캐피털의 리스 수수료 증대 등이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저축은행 1분기 실적이 처음으로 반영되면서 비(非)은행권 손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지난해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신한저축은행은 지주계열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쳤다. 순익도 14% 줄었고, 핵심 수익성지표인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순이익률) 역시 각각 1.13%, 10.56%로 하락했다. 신한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2조459억원, 대출채권은 1조8665억원 수준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은 부실 저축은행을 떠밀리다시피 인수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실제로 인수 초기에는 부실 자산에 발이 묶이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중금리 대출 확대와 계열 1금융권과 연계 영업을 통해 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점차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특히 계열사가 구축한 디지털망과 앱 제작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는 자체 모바일 앱을 출시하거나, 금융그룹 계열사 모바일 플랫폼을 타고 직접 상품을 판매하며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저축은행은 오프라인에서 지역 구분에 따라 사전에 허가를 받은 권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지만,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제약이 없다.

한 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름에서 오는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보니 시중은행에서 대출 한도를 다 채웠거나 시중은행 대출심사에서 아깝게 탈락한 고신용 금융 소비자가 다른 저축은행들보다 많이 몰리는 편”이라며 “시중은행이 보유한 누적 신용평가시스템(CSS) 정보를 활용해 건전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