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집을 사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연소득 대비 상환 능력을 따지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을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신용대출 상환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면서다. 은행권은 특히 저소득자들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현재 은행별로 적용하는 DSR 40% 규제를 단계별로 차주(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현재 은행별로 평균 40%만 맞추면 돼 개인별로는 40%가 넘는 경우도 있는데, 앞으로는 금지된다.

오는 7월부터 개인별 DSR 적용 대상이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넓어진다. 이전까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만 적용됐다. 신용대출의 경우 연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고 1억원을 초과해 대출을 받는 경우에만 DSR 40% 규제가 적용됐는데, 7월부터는 소득 상관없이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적용된다.

올해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은행권은 “개인별 DSR 40%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면 ‘영끌’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용도별로 한도가 제각각 책정됐다”며 “이번 조치로 소득 대비 총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만큼, 이전처럼 각종 대출을 끌어모아 집 사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집 사는데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주로 이용해왔던 신용대출이 막힐 전망이다. DSR을 계산할 때 신용대출은 매년 연장해 사용하는 행태를 감안해 통상 10년 만기를 적용하는데, 올해 7월부터는 7년,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원금 상환 기간이 줄어들면 DSR 산식에서 분모가 줄어드는 만큼 대출 한도 역시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하나만 받는 경우에는 DSR 40% 규제에 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신용대출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경우 DSR 40%는 대부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신용대출을 갚고 나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던지,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고소득자보다는 저소득자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득자의 경우 이전에도 LTV 40% 규제 때문에 상환 능력이 뒷받침돼도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없었다. 반면 저소득자는 소득 대비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었는데, 개인별 상환능력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만큼 대출 한도가 고소득자 대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소득자는 DSR보다는 LTV 규제 탓에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만 풀어준다면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을 합쳐 집을 살 수 있다”며 “반면 저소득자는 DSR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울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오는 7월 해당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까지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대출 ‘막차’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저소득자는 7월 이후엔 추가 신용대출이 아예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막히기 전에 미리 받아두려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개인별 DSR 40% 규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저소득자나 소득 파악이 어려운 차주의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득파악 사각지대로 대출 심사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소득추정 방식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현재 소득이 낮은 청년, 사회초년생을 위해 DSR 산정 시 장래소득 인정기준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