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엔 그런 말이 있다. 한국 증시는 짝수 해보다 홀수 해가 상황이 좋다는 속설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이 이야기가 통할 것이란 목소리가 점차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짝수 해였던 올해부터 돌아보자. 1월 2일 2645.47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상반기만 해도 좋았다. 정부의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젝트에 힘입어 한때 3000포인트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고환율·고금리가 계속됐고,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주(株)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다. 8월에는 지수가 하루에 약 9% 하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겪었고, 이달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지난 9일 연저점(2360.18포인트)을 기록했다. 만약 연말까지 지수가 2400선에 머물 경우, 연초 대비 10% 가까이 빠지며 올해를 마치게 된다.

그렇다면 홀수 해인 내년은 어떨까. 우선 속설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2011년을 제외하고 2000년 이후 지수는 홀수 해에 매번 상승했다. 물론 짝수 해에 매번 하락한 건 아니지만, 13번 중 7번, 절반 이상이 지수가 내려갔다.

특히 부진했던 연도 중 비교적 최근인 2018년과 2022년을 보자. 2018년 지수는 마이너스(-) 17%, 2022년엔 -25%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다음 해는 달랐다. 2019년과 2023년엔 각각 7.7%, 18.7% 반등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기술적 반등에 성공한 2019년과 2023년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시장 상황 대비 크게 주가가 올랐다. 그리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또한 그해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이 있었다.

2019년과 2023년 실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19년과 2023년 영업이익(OP) 증가율은 각각 -29%, -21%였다. 연초 추정치와 33%, 21%의 괴리가 발생했는데, 그럼에도 주가가 올랐던 것은 여의도에 흔히 거론되는 마법의 단어, ‘선반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3년 실적은 좋지 않았으나 투자자들은 바닥을 찍었다는 믿음이 있었다.

내년 영업이익(OP) 증가율은 21%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실제로는 이에 못 미칠 것이란 얘기가 많다. 즉, 내년 중 실적 저점론이 퍼질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반도체·자동차 업종과 기관·외국인 수급이다. 외국인의 반도체 업종 매도세 둔화와 원·달러 환율 안정화 시그널(신호)이 확연히 나타날수록 시장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만 그렇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넘기는 알파 전략인 고배당이나 저평가, 순이익 상향 등에 적합한 방법론이 유효하다”면서 “1월엔 저평가뿐 아니라 낙폭 과대와 실적 상향을 비롯한 퀄리티 팩터(우량주)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