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미국 증시 상승세를 견인해 온 대형 반도체주들에 대한 고점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스닥 지수도 2만포인트를 돌파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가는 미국 차세대 인공지능(AI) 기업에 선제 투자하거나 실적 성장이 전망되는 소프트웨어 업종 중심으로 분산 투자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맞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AI 테마가 기존 반도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상승 여력)은 올해 중반부터 낮아지기 시작했다”며 “반면 소프트웨어의 이익 모멘텀은 올해 분기 이후 가파른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이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미 대선도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투자 심리가 전보다 개선됐다. 김 연구원은 “AI 기술이 실적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은 서비스나우, 팔란티어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차세대 기업이나 떠오르는 소프트웨어 업종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기엔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럴 때 ETF를 통한 분산 투자가 대안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소프트웨어’ ETF는 올해 5월 14일 출시된 후 7개월간 4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ETF는 미국 AI 소프트웨어 핵심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17.70%)와 같은 대형 기술주를 포함해 글로벌 B2B(기업간거래)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9.47%),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팔란티어(8.47%), 디지털 워크플로우 회사 서비스나우(7.62%), 사이버보안 기업 팔로알토네트웍스(5.21%),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 시놉시스(3.64%) 등에 투자한다.
상장 당시 100억원이었던 이 ETF의 순자산가치는 전날 1500억원까지 급증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813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ETF도 지난달 26일 출시 이후 약 3주 동안 13.25% 상승했다. 이 ETF는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최근까지 미국 증시를 주도해 온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면서 나머지 절반은 차세대 기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 마블 테크놀로지(6.98%), 팔란티어(6.73%), 서비스나우(5.85%),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코인베이스(5.63%) 등을 미국 증시를 이끌 차세대 기업으로 선정해 투자하고 있다.
상장 당일 80억원 규모였던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ETF의 순자산가치는 전날 250억원 규모로 3배 넘게 늘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약 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증시 강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가 계속되겠지만, 미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며 “내년에도 미국의 첨단 기술 및 장비 등에 대한 규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소프트웨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IT) 서비스 기업이 전년 대비 각각 14%, 9.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